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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미의 책속 심리]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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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지음

일본의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는 가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의 질문에 '남들이 보지 않으면 몰래 내다버리고 싶은 존재'라고 대답했다. 매 맞는 아내증후군으로 치료받는 한 부인은 친정을 떠날 구실로 일찍 결혼을 했지만, 늑대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인생이라고 했다. "너만 없으면 우리 집에 아무 문제가 없겠다"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가출했다는 청소년도 있다. 기타노의 고백처럼 이들에게 가족은 더 이상 안식처가 될 수 없었다.

이 소설은 갑자기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한 가족 구성원을 나머지 가족들이 담합하여 마치 해충을 박멸하듯이 죽음으로 내모는 비극적인 이야기다.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Samsa)는 어느 날 아침, 자신이 한 마리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음에 경악하지만, 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가족들의 외면이었다. 가족에게 사정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려는 필사의 노력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고달픈 외판사원으로 새벽 기차를 타고 일을 나가고, 저녁이면 집에만 처박혀 있는 신세였지만, 부모와 누이에게 안정된 생활을 제공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벌레로 변함으로써 잠시 가족 부양의 짐에서 벗어난 대가는 너무나 혹독한 것이었다.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는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맞아 시름시름 앓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한집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서로 위해주는 것이 식구(食口)인데, 식구가 함께 먹는 음식인 사과에 맞아 죽는다는 것은 훨씬 치명적인 폭력의 상징이다. 음식을 상대방에게 집어던지는 것은 공격성의 가장 과격한 표현이다. 이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가족의 식사 장면은 가족만이 휘두를 수 있는 은밀한 폭력의 일상성과 반복성을 표현하고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며 먹던 밥상을 뒤집어엎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환자를 자주 만난다. 그런 아버지가 죽이고 싶도록 미웠지만, 끔찍한 살해 욕망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기에, 그들은 항상 죄책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혐오하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에 대한 혼란스런 양가감정은 우울증이나 공황발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왜 아버지가 두려운가'로 시작되는 카프카의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에는 독선적인 아버지와 아무 힘이 되어주지 못했던 연약한 어머니 사이에서 무력했던 카프카 자신을 성찰하고 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거세불안에 시달렸던 카프카는 여러 차례 파혼 끝에 결국 평생 미혼으로 살았다. 카프카나 잠자(Samsa)는 체코 말로 외롭다는 뜻을 갖고 있다.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가정과 사회에서 버림받고 외롭게 살다가 요절한 카프카 자신이었다.

<마음과 마음 정신과 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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