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녀 알몸 연극 '논쟁' 대구서 통할까

'알몸 연극'으로 서울 대학로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킨 '논쟁'이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20~29일 대구에서 공연된다

'알몸 연극, 대구에선 통할까' 이런 걸 올 게 왔다고 해야 할까. 올 여름 서울 대학로를 뜨겁게 달궜던 연극 '논쟁'이 마침내 대구에 온다.

주연 남녀 배우들의 전라 출연이라는 파격적 설정으로 8월말에 막을 올린 '논쟁'은 이후 2개월간 3차 앵콜 공연까지 전회 매진되면서 화제를 낳았다. 평균 객석 점유율 120%라고 하니, 입석도 모자라 보조 좌석까지 만석이 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후 대놓고 선정성을 앞세운 29禁(30세 이상 관람가) 연극 '교수와 여제자'가 뒤따라 흥행하면서 '외설과 예술'이라는 논쟁의 한가운데 섰다. 물론 '논쟁' 측에서는 동급으로 취급당하는데 대해 몹시 언짢다는 반응이다.

'논쟁'은 첫 장면부터 두 쌍의 남녀 배우들이 밝은 조명 아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총 70분의 공연 시간동안 이들이 옷을 입고 나오는 장면은 마지막 커튼 콜때다. 하지만 관객들은 전라의 충격이 채 5분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배우들이 누드라는 '옷'을 입고 연기하는 양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작품에 몰입된다는 것이다.

'논쟁'은 18세기 몰리에르 이후 최고의 프랑스 희곡 작가라는 마리보의 작품으로 임형택 서울예술대학 연기과 교수가 연출했다. '남녀 변심 기원론'이라는 부제를 단 이 연극은 '과연 남자와 여자 어느 쪽이 먼저 변심을 하는가'라는 논쟁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세상과 완전히 격리된 채 살아온 한 쌍의 남녀가 성인이 돼 만난다. 곧 사랑의 열정에 빠진 둘은 영원한 사랑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자신들과 같은 또 다른 한 쌍의 남녀를 만나면서 난생 처음 이성의 유혹에 맞닥뜨린다. 과연 남자와 여자, 누가 먼저 이 유혹을 받아들일까. 임 교수는 "'논쟁'의 소재는 사랑과 만남이지, 누드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의 가치가 화폐, 권력에 의해 좌우되는 슬픈 우리 시대의 이야기"라며 "관객들이 '아! 나도 한번 내가 걸치고 있는 옷의 무게에서 벗어나 보았으면 하는 느낌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논쟁'은 20~29일 대구 교동시장내 송죽씨어터(구 하모니아 아트홀)에서 공연한다.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4, 7시 30분, 일요일 오후 2·5시. 4만원. 20세 이하는 입장할 수 없다. 문의 053)423-8810.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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