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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공교육의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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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대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우화는 꾸준히 노력하는 자가 최후의 승자가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각성시킨다. 당연한 이야기로 보이지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전제가 요구된다.

먼저 토끼와 거북이는 같은 출발점에서 같은 시간에 출발해야 한다. 거북이가 조금이라도 앞선 위치에서 조금이라도 일찍 출발하면 다행이지만 반대의 경우는 우화가 진리가 될 가능성이 그만큼 작아진다.

이보다 더 중요한 전제는 거북이의 속도다. 토끼는 종에 따라 다르지만 빠른 종은 시속 70㎞ 이상으로 달린다. 힘들이지 않고 시속 30㎞ 정도로 뛴다고 해도 역시 빠르다. 100m를 달리는 데 12초 정도, 마라톤 거리에 가까운 40㎞를 달리는 데 1시간 20분 걸린다. 거북이는 육지에서 초당 2m 정도 달리면 빠른 종으로 분류된다. 그래 봐야 100m를 달리는 데 50초, 40㎞를 달리는 데 5시간 이상 걸린다.

토끼가 달리다가 낮잠을 잘 정도라면 단거리는 어려울 터. 장거리는 시간 차이가 너무 많이 나므로 토끼가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자고 거북이가 이기는 경우를 만들려면 5㎞ 안팎이 적당하다. 이 전제 역시 토끼가 10분 만에 달릴 거리 도중에 한 시간이나 자야 한다는 비상식적인 부분이 있다.

결국 거북이가 조금이라도 더 빠른 속도로 달릴수록 전제는 상식에 가까워지고, 우화가 진리가 될 가능성도 커진다. 거북이의 속도를 높이려면 체중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등껍질을 떼는 것이 가장 손쉽다. 최대의 보호수단인 등껍질을 벗어야 제대로 달릴 수 있는 것이다.

대구시 교육청이 최근 적극성을 보이는 대학입시 관련 움직임은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연상하게 만든다. 전문교사단을 구성해 대입 상담을 하고, 논술면접교실을 열어 학생들을 지도하는 노력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칭찬받을 만하다. 저만치 달려 나간 사교육과 느리게라도 맞붙어 보겠다는 뜻 역시 훌륭하다.

문제는 속도다. 사교육과의 경주에서 이기려면 등껍질을 벗고 달리기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그저 사교육에서 벌이고 있는 숱한 프로그램 가운데 몇 가지를 해본다는 각오라면 애초에 경쟁을 벌일 엄두를 내선 안 된다. 공교육을 누르고 있는 등껍질이 어떤 것들인지, 공교육을 두텁게 감싸고 있는 자기보호장치가 어떤 것들인지 따져보는 일부터 속도를 내면 좋겠다.

김재경 교육의료팀장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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