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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놓는 것마다 지방에 재 뿌리는 세종시 정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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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른 지역에 갈 기업이나 기관을 빼앗아 세종시에 유치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한쪽이 이득을 보면 그만큼 다른 쪽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의 반대가 되는 '플러스섬' 원칙에 따라 세종시에 기업과 기관을 유치한다는 것이다. 세종시가 수도권에 맞먹는 블랙홀이 되는 데 대한 지방의 들끓는 민심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이 원칙은 수사(修辭)에만 그칠 뿐 원칙을 어기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방에 있거나 유치 예정인 기업'기관을 빼앗아 세종시로 가져가려는 움직임이 갈수록 노골화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정부가 세종시로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아태이론물리센터와 막스플랑크한국연구소이다. 아태이론물리센터는 8년 전 포항에 자리를 잡아 세계적인 연구 기관으로 성장했고, 막스플랑크한국연구소는 경북도와 포항시, 포스텍 등이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기관이다. 정부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포항에서 잘 활동하거나 유치 성사 직전에 있는 연구 기관을 세종시로 가져가려는 것은 포항 시민들의 분노를 살 수밖에 없다.

김천으로 오려던 롯데그룹 맥주공장과 지역에 바이오 관련 공장을 설립하려던 글로벌 기업도 세종시로 방향을 틀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도 대구경북이 유치전에서 가장 앞선 상황이었다. 백신연구소·병원 유치를 통한 의료도시 조성, 서울대와 자사고 유치를 통한 교육도시와 같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역시 대구경북이 동분서주하는 의료단지 조성과 교육특구 추진과 겹치는 프로젝트들이다.

앞으로는 다른 지역에 갈 기업기관을 뺏지 않겠다고 하고서 뒤로는 지방에 피해를 주는 쪽으로 이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 논리에 따라 세종시에 마구잡이로 기업·기관을 몰아넣어서는 유령 도시가 되기 십상이다. 수도권 인구 분산 등 세종시의 본래 목적 외에 다른 의도가 개입돼선 안 된다는 사실을 정부는 잘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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