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을 가더라도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태국어 특유의 톤으로 상냥하게 인사를 건네는 태국인들과 금색으로 빛나는 사원들이 여행자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관광대국 태국은 뜨거운 태양 아래 펼쳐진 에메랄드 빛 바다와 새하얀 모래 해변으로 대표되는 곳이다.
태국을 대표하는 해변으로는 파타야와 푸껫이 있지만 파타야는 유흥 위주의 도시이고 푸껫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어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연인, 가족과 함께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픈 여행자들에게는 알맞지 않은 장소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어 하는 서구 여행자들과 태국인들은 오래전부터 유흥업이 발달되지 않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방콕에서 남서쪽으로 230㎞ 떨어진 차로 3시간이면 갈 수 있는 후아힌으로 발길을 향하고 있다.
# 태국 왕 휴양지로 유명
바닷가에 암초들이 많아 '돌 머리'라는 재미난 지명을 가지고 있는 후아힌(Hua Hin)은 태국에서 제일 먼저 개발된 해변이자 태국 왕실 휴양지로 유명한 곳으로 현재도 일년 중 일정 기간 동안 태국 국왕을 비롯해 왕족들이 머물고 있으며 주말이면 태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유명 휴양지인 푸껫이나 파타야와 같은 화려함이나 큰 볼거리는 없지만 태국 시골 마을 같은 한적함과 순박한 사람들, 때 묻지 않은 자연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작은 어촌 마을이었던 후아힌은 1920년대 라마 7세가 여름 별장인 '클라이 캉원'을 건설하면서 해변 휴양지로 발전하기 시작하였으며 이후 철도가 개통되고 해변을 따라 별장들과 리조트들이 들어서며 태국 상류층 사회의 휴양지와 사교장으로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1960년대에 들어서며 미군들을 위해 개발된 파타야와 방콕을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후아힌은 방콕 근교 휴양지로서의 매력을 파타야에 빼앗기고 소박한 휴양지로 남게 되었지만 왕족과 귀족들에게 선택 받은 휴양지이니 만큼 그 명성에 맞는 숙박시설과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는데다 근래 들어 유명 리조트들이 속속 들어서며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한적하게 휴식을 취하고픈 가족, 연인 단위 여행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후아힌의 가장 큰 매력은 잔잔한 바다를 따라 5㎞에 걸쳐 펼쳐진 넓고 깨끗한 모래사장이다. 꽤 많은 여행자들이 찾음에도 해변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다. 바닷물이 태국의 다른 해변에 비해 그렇게 맑은 편이 아닌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대다수의 리조트들이 해변과 인접해 있는데다 수영장 및 부대시설이 워낙 잘 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해변에서 수영을 즐기기보다는 휴식이나 일광욕을 즐기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광경을 볼 수 없는데 태국에서 유일하게 후아힌의 해변에서는 동력을 이용한 해양스포츠가 허용이 되지 않고 오직 승마와 해수욕만 허용이 되기 때문이다. 승마가 허용되는 이유는 말이라는 동물이 아무나 탈 수 있는 흔한 동물이 아닌 상류층만이 탈 수 있었던 동물이기 때문이라고 하니 과연 이곳이 왕실 휴양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후아힌 타운은 해안을 따라 고급 리조트가 줄지어선 모습과는 다르게 매우 작고 조용한 편이지만 데차누짓 로드의 100m 남짓한 거리에서 열리는 야시장은 한 번 쯤 둘러볼만한 곳으로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해물요리, 맛있고 저렴한 길거리 음식, 각종 기념품과 의류 등을 판매하고 있어 매일 저녁이면 장을 보러 나온 현지인들과 구경하기 위해 나온 여행자들로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낸다.
# 상류층들을 위한 고급 리조트들
왕족과 상류층들을 위해 개발된 곳이니 만큼 현재도 오랜 역사와 중후함을 자랑하는 고급 리조트들이 많아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구경삼아 리조트들을 둘러보는 것도 꽤 흥미롭다.
많은 리조트들 중 가장 유명한 곳은 후아힌 중심가에 위치한 붉은 색 지붕이 멀리서부터 보이는 소피텔 센트럴 후아힌으로 후아힌이 휴양지로서 개발을 시작할 당시 상류층의 사교장으로 사용되었던 레일웨이 호텔을 복원한 곳으로 당시 왕의 여름별장을 방문하는 손님들을 위해 건축된 곳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최근 들어 아난타라, 힐튼, 하야트, 에바손 등의 고급 리조트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으며 대부분의 리조트들이 후아힌의 주요 고객층인 서구 여행자들과 태국 상류층을 겨냥해 전용 해변, 넓은 수영장, 각종 부대시설 등을 잘 구비하고 있어 장기 투숙 여행자들과 허니문 수요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태국 왕실 전용 골프장을 비롯해 세계적인 골퍼 잭 니콜라우스가 설계한 스프링필드 C.C. 등을 비롯해 많은 골프장들이 인근에 위치해 있어 골프를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여행자들도 많다.
# 라마 4세의 여름 별장 '프라 나콘 키리'
방콕에서 후아힌으로 가다보면 페차부리라는 도시를 지나게 되는데 이곳에는 영화 '왕과 나'의 실제 인물이었던 라마4세(몽쿳왕)의 여름 별장인 '프라 나콘 키리(Phra Nakhon Khiri)'가 있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프라 나콘 키리는 주변이 평지로 이루어져 있어 주변 경관이 뛰어나고 후아힌에서 차로 4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으로 후아힌을 관광하는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로 꼽히고 있으며 내부는 몽쿳왕이 쓰던 생활물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후아힌에서 남쪽으로 30분 정도를 가면 300개의 봉우리를 가진 국립공원이란 뜻의 '카오 삼러이 욧 국립공원'이 위치해 있는데 봉우리들의 높이가 기대만큼 높지는 않지만 인근의 지형이 평지로 이루어져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트레킹 코스로 인기가 좋다.
후아힌의 바닷가에는 지금은 사용되지 않고 관광객들을 위해 개방중인 '클라이 캉원(걱정은 저 멀리)'으로 불리는 라마 7세의 여름별장과 15m의 금불상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카오 타키압'이라는 뷰 포인트(View Point)가 있다.
후아힌은 왕실 휴양지라는 자부심과 함께 순박한 시골 마을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낮에는 한가로운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마사지를 받고 저녁이 되면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야시장으로 가서 신선한 해산물과 함께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이국에서 오붓한 시간을 갖기를 원하는 연인이나 가족 여행자들에게 안성맞춤인 곳이다.
김종욱(여행가)
[Tip]
▷ 해양스포츠 즐기려면 차암으로…
후아힌 해변에서는 태국에서 유일하게 승마와 해수욕만 허용이 되기 때문에 조용한 분위기에서 마음껏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여행자들도 있지만 반대로 해양스포츠를 즐기기를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있어서는 큰 아쉬움이 아닐 수가 없다.
이런 이유로 활동적인 여행자들은 후아힌에서 북쪽으로 2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차암'을 선호한다.
차암 역시 해변 휴양지로 규모로만 따지자면 후아힌보다도 더 작은 마을이지만 저렴한 숙소에서부터 특급 숙소에 이르는 다양한 숙소들을 갖추고 있고 태국의 타 해변과 같이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등 각종 해양스포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 방콕에서 버스로 3시간
후아힌을 가기 위해서는 방콕에서 버스나 기차를 이용해 이동해야 한다.
버스는 방콕의 남부 터미널에서 출발하며 소요시간은 약 3시간, 기차로 이동시에는 방콕의 훨람퐁역에서 출발하며 약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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