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쇼핑몰의 진화] (상)일본에선 체류형 쇼핑몰이 대세

쇼핑·재미 동시에…'라이프 스타일형 쇼핑몰' 이 몰려온다

라조나 가와사키 플라자에는 300개에 이르는 매장과 문화공간을 갖추고 있다. 일본에서는 쇼핑은 물론 즐거움과 재미를 주는 라이프스타일형 몰이 인기를 끌고 있다.
라조나 가와사키 플라자에는 300개에 이르는 매장과 문화공간을 갖추고 있다. 일본에서는 쇼핑은 물론 즐거움과 재미를 주는 라이프스타일형 몰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가와사키시에 있는
일본 가와사키시에 있는 '라조나 가와사키 플라자'의 중앙광장의 문화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복합쇼핑몰이 진화하고 있다. 한 곳에서 쇼핑을 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체류형 쇼핑시설인 '라이프스타일(lifestyle)형' 복합쇼핑몰이 유통업계의 뉴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 미국 등에서는 라이프스타일형 몰이 생활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구 이시아폴리스가 '라이프스타일센터'(LSC)를 조성하는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라이프스타일형 몰이 앞다퉈 생겨날 전망이다.

26일 오후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에 있는 '라조나 가와사키플라자'. 중앙광장에는 쌀쌀한 날씨지만 햇볕을 쬐며 여유를 즐기는 가족의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광장을 중심으로 조성된 층별 테라스의 노천카페에는 연인들이 쇼핑백을 옆에 두고 커피를 마시며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문화행사와 쇼핑 정보를 안내하는 건물 입구 정면의 대형스크린이 없었다면 쇼핑몰이 아니라 휴양지를 찾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와사키역 건물과 바로 이어지는 이곳은 300개의 매장이 밀집한 '라이프스타일형' 복합몰이다. 백화점처럼 명품관은 없지만 패션에 민감한 20·30대와 젊은 주부들에게 인기 있는 '코치' '바나나 리퍼블릭' 등 수입브랜드들이 입구에 배치돼 있고, 패션잡화 및 의류매장, 인테리어잡화, 어린이용품점, 음식점, 영화관 등이 들어서 있다. 건물 천장을 유리로 만들어 자연채광이 이뤄지도록 설계됐다. 자전거 쇼핑족을 위한 자전거 전용 주차공간이 마련된 점과, 외국 관광객을 위해 한국 및 중국판 가이드를 만든 점도 눈길을 끌었다.

광장에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라이브콘서트가 열린다. 평일에도 깜짝 이벤트와 공연을 마련, 소비자들을 즐겁게 한다.

친구와 함께 쇼핑을 온 사토미(32)씨는 "인근 요코하마에 사는데, 도심 백화점에서 볼 수 없는 테마공간과 문화공연 등을 즐길 수 있고, 다양한 전문매장이 있어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요코하마에 있는 '라라포트 요코하마'는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로 연면적이 22만6천㎡에 이른다. 다이마루 백화점 식품관, 할인점, 생활용품매장 등이 한 곳에 모여 있다. 애견용품이나 어린이용품, 생활용품의 경우 여러 매장을 하나의 '존'(zone)으로 구성해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도쿄 미드타운'은 중년층을 겨냥해 인테리어를 고급화한 신개념의 도심 복합상업시설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이곳에는 호텔과 박람회장, 미술관 등이 들어서 있다. 대지 면적의 40%가 녹지로 돼 있는 미드타운에는 조깅과 산책을 할 수 있는 공간과 놀이공간 등이 확보돼 있다.

'도쿄 속의 도쿄'로 유명한 오다이바(인공 섬)는 미래형 신도시이다. 다양한 먹을거리, 볼거리, 살거리 등이 있어 일본의 젊은층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관광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오다이바의 한가운데 있는 '비너스포트'는 각종 테마별 매장들로 가득 차 있어 하루 종일 쇼핑을 해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다. 천장에는 하늘 그림이 시시때때로 바뀌어 마치 바깥 거리를 걷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바로 옆에는 체험형 자동차 전시판매장인 '메가 웹'이 있어 재미를 더해 주고 있다.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이시하라(37)씨는 "지하철과 모노레일을 갈아타면서 2시간 정도 걸려 왔다"며 "다양한 구경거리가 많아 저녁까지 먹고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대형매장들은 실용성이 강조된 복합쇼핑몰을 넘어 소비자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기능까지 갖춘 라이프스타일형 복합몰로 바뀌고 있다. 라이프스타일형 복합몰은 다양하고 연속적인 매장 구성, 분위기 있는 보행통로, 소비자가 머무를 수 있도록 조성된 광장과 문화공간,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와 놀이공간 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런 곳들은 그 자체가 관광상품이기도 하다.

일본 노무라연구소는 일본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소비분권화 영향으로 1990년대부터 번창했던 복합쇼핑몰이 시들해지고 2010년대에는 소비자들에게 쇼핑보다 즐거움의 가치를 주는 새로운 형태의 쇼핑시설이 등장할 것으로 예견했다. 이런 시대 흐름에 맞춰 등장한 것이 라이프스타일형 복합몰이다.

도쿄에서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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