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작품의 제목이 갈수록 독해지고 있다. 쏟아지는 책들 속에서 평범한 제목으로는 눈길을 끌 수 없기 때문이다. 제목뿐만 아니라 내용 역시 갈수록 예외적인 인물, 예외적인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는 '일체 기존의 것들에 저항하고 파괴한다'는 문학 본연의 태도에서 기인했다기보다 평범한 이야기, 평범한 제목과 내용으로는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출간된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시공사' '연쇄 살인의 끝/글 항아리' '범인 없는 살인의 밤/랜덤하우스 코리아' '여자 직장인 잔혹사/마젤란', 2008년 출간된 '사랑과 잔혹의 세계사/바움', 2007년 출간된 '연애 잔혹사/M&K'를 비롯해 2006년 '경성기담/살림출판사', 2000년 출간된 뒤 2007년, 2008년 베스트셀러에 오른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향수)/열린책들' '회랑정 살인사건/랜덤하우스 코리아' 등 심상치 않은 제목의 책들이 쏟아졌다.
이 중에는 실제로 내용과 제목이 부합하는 경우도 있고, 그다지 관계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판매지수로 볼 때 이 책들은 대부분 일정한 정도의 독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는 경향은 이름난 문학상을 받은 작품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예전에는 대형 문학상 그 자체로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문학상이 여럿 생겨나면서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
2006년 세계문학상 당선작 '아내가 결혼했다'는 가히 파격적인 제목이었다. 일부일처제가 법으로 보장된 나라에서 '남편이 결혼했다'도 아니고 '아내가 결혼했다'는 독자들의 눈을 확 잡아당겼다. 이 책은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달렸다. 2009 세계문학상 당선작 '네 심장을 쏴라' 역시 무시무시한 제목일 뿐만 아니라 정신병원을 무대로 한 특별한 이야기이다. 이뿐만 아니다. 문학에서 특수한 상황이 일상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출판 편집자는 "문학의 속성이 기존의 것에 대한 저항이다. 원색적인 소설 제목을 쓴다고 해서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충격적인 제목이 성공을 거두는 것은 사실이지만, 충격 요법으로 독자를 얼마나 어디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독자들은 점점 충격에 둔감해지고 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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