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까지 봐서 2차까지 통과했는데 최종 합격자를 추첨으로 뽑는다니 너무 가혹합니다."
17일 오전 10시 대구 계성고 강당. 대구 최초의 자율형 사립고 신입생을 뽑는 추첨이 벌어지고 있었다. 추첨장에는 200여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몰려들어 초조하게 추첨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2단계 전형을 통해 2배수를 뽑았기 때문에 합격 확률은 50%. 불안한 마음에 두 손을 모은 채 기도하거나 서로 손을 꼭 쥐고 발표를 기다리는 학생, 학부모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흘렀다.
추첨 방식은 간단했다. 학교 측은 사전에 2단계 통과자 560명의 명단을 무작위로 섞어 000~999번까지 가상 합격자 조합 1천개를 만들었다. 현장에서는 추첨함에 들어 있는 100단위, 10단위, 1단위별로 0~9까지 쓴 10개의 탁구공 가운데 하나씩 뽑아 합격자 조합 번호를 결정한다. 그 번호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합격자 명단이 곧바로 확정된다. 수험생들에게 번호를 부여할 필요도, 한명씩 직접 추첨할 필요도 없이 한번의 추첨으로 전체 합격자가 결정되는 것이다.
대구시교육청 장학관과 장학사, 경찰관이 참관한 가운데 현장에서 자원한 학부모 3명이 단상에 올랐다. 각자 단위별로 하나씩 탁구공을 꺼낸 결과 906번 조합이 선택됐다. 번호를 입력하자 강당 양쪽 화면에 합격자 명단이 올라왔다. 팽팽한 긴장이 흐르던 강당은 "야!" 하는 환희와 말 없는 탄식이 교차하는 묘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합격한 한 학생은 "나보다 내신이 더 좋은 친구는 떨어지고 내가 합격하니 얼떨떨하다"고 했다. 불합격한 한 학부모는 "학교 시험과 면접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추첨에서 떨어지니 화가 치민다"며 "한참 민감한 아이들에게 '운'에 따라 합격 여부가 판가름나는 추첨 방식을 쓰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계성고는 최종 합격자의 내신 백분위 평균이 남학생 16.96%, 여학생 4.59%로 2차 전형 2배수의 평균(남학생 16.51%, 여학생 4.46%)보다 오히려 나빠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불합격생 중에는 내신 1~2% 학생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신 중학교별 합격자는 계성중이 22명으로 가장 많았고, 강북중 11명, 성곡중·성지중 10명, 경운중 9명, 범물중·성화중·신당중 8명 등이었다. 수성구권 중학교에서는 50명이 합격했다.
김재현 교감은 "공정한 선발을 위해 추첨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하는 등 최선을 다했지만 다수의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 기회를 갖지 못해 안타깝다"며 "2011학년도 신입생부터는 새 건물과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어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