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는 24절기의 하나로 일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어 음(陰)이 극에 달한다. 이날을 계기로 낮이 다시 길어지기 시작해 양(陽)의 기운이 싹튼다. 사실상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셈이다.
중국 주나라는 동지를 설로 삼았으며, 이런 풍속이 우리나라에도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옛 사람들은 이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경사스럽게 여겼다. 동지를 신년으로 생각하는 고대의 풍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통사회에서는 흔히 동지를 '작은 설'이라고 해서 설 다음 가는 경사스러운 날로 여겼다. '동지를 지나야 한살 더 먹는다'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살 더 먹는다'라는 말도 여기서 유래됐다. 동지 하면 팥죽이 떠오른다. 팥을 끓여서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새알만 한 크기의 단자를 만들어 끓인 것이 바로 팥죽이다.
◆약용으로는 활용 적어
중국의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는 "공공씨(共工氏)의 바보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역질(천연두) 귀신이 되었는데, 그 아들이 생전에 팥을 두려워해 팥죽을 쑤어 물리친 것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 이야기는 후대에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붉은 색의 팥죽이 귀신을 쫓는다는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민간신앙에서 붉은 색은 귀신들이 두려워하는 색깔이기 때문에 붉은 팥으로 끓인 팥죽에는 액운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여겼다. 팥죽을 끓여 먹는 풍습은 잡귀가 가져오는 불운이나 전염병을 막기 위한 주술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팥죽을 먹기 전 집안의 사당에 팥죽을 먼저 올리고 부엌, 창고, 대문, 마당 등 집안 곳곳에 뿌렸다. 이것은 음양사상(陰陽思想)의 영향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즉 팥은 붉은 색으로 '양'(陽)을 상징함으로써 '음'(陰)의 속성을 지니는 역귀나 잡귀를 물리치는 것으로 인식했다.
팥죽을 먹는 풍습에는 풍작을 기원하는 의미도 있다. 과거 사회는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풍작이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다. 팥죽을 먹는 동지를 기점으로 낮이 점점 길어진다는 것은 곧 한 해의 농사가 시작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동지에 편히 쉬고 건강한 음식을 나누면서 봄에 경작을 준비하고자 했던 의미도 있었던 것이다.
◆소음인은 적당히 먹어야
요즘 팥은 주로 죽, 빵, 빙설이나 떡 등의 식재료로 많이 사용되지만 약용으로는 활용 빈도가 적은 편이다. 한약재명으로는 적소두(赤小豆), 적두(赤豆) 등으로 부른다. 적소두는 2천여년 전 중국 후한시대에서 황달이 오면서 배에 복수가 차고 몸에 열이 날 때 사용했다고 한다.
'적소두는 성질이 평하거나 약간 차며, 맛은 달면서 시고 독이 없으며, 체내의 수분을 체외로 빼내고, 종기의 농혈을 배출하며, 소갈과 설사를 그치게 한다. 그리고 소변을 잘 보게 하고, 복수로 인하여 복부가 창만한 것을 치료한다. 그러나 오래 먹으면 피부가 검어지면서 몸이 수척해진다. 그리고 적소두의 꽃은 성질이 평하고, 맛이 매우며 독이 없고, 술로 인한 갈증을 다스린다. 소갈을 그치게 하고 음주 후 두통과 주독을 푸는 작용이 있어 칡꽃과 더불어 술로 인한 병증을 다스리는 양약(良藥)이다.'(동의보감)
적소두는 급성 간염의 초기 황달 증상 때 열을 내리면서 이뇨시키는 작용이 있다. 성질이 약간 냉한 편이어서 소양인에게 맞는 약재이다.
현대에 와서는 이뇨작용이 있기 때문에 몸에 열이 있으면서 살찐 사람들의 국소 또는 전신 부종이나 비만 등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또 신장염이나 방광염에도 쓸 수 있다. 탄수화물이 60% 정도이기 때문에 배변을 촉진해 장을 깨끗하게 해 주는 작용도 있다.
하지만 적소두를 너무 오래 또는 많이 복용하면 이뇨작용이 강해 피부가 거칠어지고 몸이 수척해진다. 소음인처럼 소화기가 약하고 마른 사람은 기운이 빠지므로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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