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0대에 이룬 농업 CE0의 꿈
2. 농업에 부는 R&D 바람-상황버섯 최초 인공재배
3. 신(新) 농업 마케팅-농촌 관광
4. 내일은 내가 농업 CEO
5. 농업 CEO가 말하는 농업 CEO의 길
경상북도 농업 현장에 30, 40대 CEO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소득 1억원 이상 농가는 1천699가구로 2007년(1천235가구)에 비해 37.6%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축산업(778가구)의 부농 비율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과수(356가구) 채소(157가구) 특이작물(150가구)의 순이었다.
시군별로는 상주시에 가장 많은 439가구가 분포해 있다. 상주시는 2007년에 이어 2년 연속 1위에 올랐으며, 이어 영주시(379가구) 경주시(128가구)가 뒤를 이었다.
또 2008년 기준 억대의 순이익을 낸 40대 이하 경북 농군은 모두 506명으로 전년(418명)보다 크게 늘었다. 30대 이하 부농 역시 2007년 71명에서 지난해 81명으로 증가했다. 경북 농업의 고령화율(33.7%)이 전국 평균(33.3%)을 웃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새 희망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김천에서 돼지 농장을 경영하는 박종범(34)는 지난해 억대 순이익을 낸 81명의 30대 이하 CEO에 이름을 올렸다. 박씨는 농업에 대한 열정과 철저한 품질관리로 창업 4년 만에 억대 농업 CE0의 꿈을 이뤘다.
경북 김천시 구성면 송죽리 '진안농장'. 박씨가 4년째 우량 돼지를 키워 오고 있는 곳이다.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 고즈넉한 농장에는 '관계자외 출입금지'란 문구가 걸려 있다. 외부 병원균을 막기 위해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 분만실에는 수십마리의 새끼돼지들이 떼지어 다닌다. 태어난 지 4일밖에 되지 않아 젖내음이 가득하다. 몸무게라야 고작 1.5kg. 인기척에도 젖빨기에 여념이 없는 간 큰 아기돼지도 보인다. 예상했던 악취는 나지 않는다.
"돼지들에게는 오성급 호텔입니다." 이곳은 온도·습도 조절, 환풍, 사료 배급, 질병 관리 등 모든 시스템이 자동화돼 있다. 박씨는 "분만에서 살찌우는 과정을 거쳐 출하까지 전 과정이 자동화 시설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통제된 상황에서 우량 돼지만을 엄선해 제품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돼지에 관해선 척척박사. 축산대학을 나온 뒤 10년째 돼지와 동고동락하고 있다. "남의 농장에서 직원으로 일하다 4년 전 1천800만원으로 제 농장을 차렸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새끼 돼지를 키워서 내다 팔기만 했죠."
실전 경험을 익힌데다 돼지들이 병치레도 하지 않아 사업은 날로 번창해 갔다. 비육동 한동이었던 농장에 사육동, 분만동, 수정동 등 5동이 추가됐다. 한 달 평균 250마리 새끼돼지가 태어나 지금은 1천400마리로 증가했다. 매출도 수억원대로 뛰었다. 4년 만에 젊은 부농으로 성공한 것이다.
"요람에서 제품단계까지 전 과정이 철저하게 관리되기 때문에 품질이 월등하죠. 까다롭기로 소문난 대기업으로 전량 납품됩니다." 박씨는 돼지 사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수한 어미 돼지를 고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어미 돼지를 엄선해야만 돼지의 균일도를 높이고 질병 안정화, 사료 효율의 극대화 등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공의 열쇠는 따로 있었다. 열정. 돼지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선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닌다. 인터넷도 TV도 들어오지 않은 산기슭 농장에 신접 살림을 차린 이유도 돼지와 함께 호흡하기 위해서다. 남들이 곤히 잠든 오전 3시부터 사육장을 돌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돼지도 살아있는 목숨인데 사람과의 교감이 가장 중요합니다." 열정은 최고의 성적으로 되돌아왔다. 진안농장의 돼지 A, B 등급 출현율은 전국 평균 70%에 비해 95%로 월등히 높다. "지난해 전국 농장 중 품질 상위 1%를 차지했어요." 돼지만을 생각하다 보니 징크스도 남다르다. 아내와 부부 싸움을 할 때면 꼭 돼지 한 마리씩 죽어나간다. "가화만사성이란 말이 꼭 맞는 말인 거 같아요."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단기간에 최고란 자리에 오르니 자만심이 생겼다. "대충해도 '1등이구나' 생각했어요. 자연히 나태해졌죠." 철칙처럼 지켰던 어미 돼지 엄선이란 공식도 깨졌다. 폐사율이 두 배로 뛰는 등 생산성과 품질이 곤두박질쳤다.
몇달 전부터 다시 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동창생인 아내가 박씨 대신 장화를 신고 새벽녘에 돼지를 돌보는 모습을 본 뒤부터다. 하얀 가운을 걸친 백의의 천사였던 아내에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최고란 자리는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몰라요. 아내에게 진정으로 인정받는 농업 CEO가 되고 싶어요."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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