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1월을 가리키는 재뉴어리(January)는 라틴어 야누아리우스(Januarius)에서 비롯됐다. 야누스(Janus)의 달(月)이란 뜻이다. 요즘엔 두 얼굴을 가진 이중적인 모습을 지칭할 때 이 말을 많이 쓰지만 본래 야누스는 집이나 도시의 출입구 등 문(門)을 지키는 수호신을 일컫는다.
로마의 신은 대부분 그리스에서 따왔지만 야누스는 로마의 토종 신이다. 문의 안팎을 다 지켜야 하기 때문에 야누스는 얼굴이 머리 앞뒤에 다 붙어 있는 양면신(兩面神)의 형상을 하고 있다. 야누스는 로마인들에게 공간의 문은 물론 밤과 낮, 과거와 미래 등 시간의 문까지도 지켜주는 존재였다.
머리 앞뒤에 눈이 있는 야누스의 형상을 두고 뒤에 달린 눈으로는 지나온 한 해를 돌이켜 보며 반성하고, 앞에 달린 눈으로는 미래를 구상하며 꿈꾸는 것이란 풀이도 가능하다. 제대로 앞으로 나가려면 찬찬히 뒤를 살펴 보아야 하며, 과거에 얽매여 제자리걸음만 하지 말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힘도 갖추라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 모두 소중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인년 '야누스의 달'을 맞으며 이 시점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것이 앞과 뒤를 다 볼 수 있는 야누스의 눈이 아닐까 싶다. 과거와 미래를 같이 보는 야누스의 눈처럼 사물의 앞과 뒤, 겉과 속, 현상과 본질을 두루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춘 시각이 절실하다는 말이다.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부자와 빈자, 수도권과 지방으로 사분오열된 한국호(韓國號)의 고질병을 고치려면 모든 것을 살피고 아우를 수 있는 혜안(慧眼)부터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사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앞과 뒤를 다 볼 수 있는 야누스의 눈은 고사하고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외눈박이 거인처럼 좁고 편협한 시각을 갖게 됐다. 자신과 의견이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매도하거나 자신과 같은 입장에 서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조차 않으려는 그릇된 분위기가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보다 어려운 이들을 살펴보는 선(善)한 눈들이 사라진 자리엔 다른 사람을 짓밟고 올라서려는 핏발 선 눈들만이 가득하다. 지도자들은 물론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 모두가 야누스의 혜안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렇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겉으로는 화합하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곪아 터지는 야누스의 두 모습을 가질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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