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가 되면 사람들은 각자의 느낌대로 한 해의 시간적인 속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청년기까지는 왜 그리 시간이 더디 가는지 빨리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나 불혹의 나이가 들어서부터는 시간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것 같다. 보통은 "또 한 해가 가는구나"로 말문을 시작하고 있다. 행동은 말이 지배하고, 말은 생각의 지배를 받는다고 한다. 여느 사람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이런저런 것들 때문에 추진하기가 어렵고 안 된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이런저런 것들을 이렇게 해야 일이 추진된다"고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똑같은 내용이다. 다만 전자는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고, 후자는 긍정적인 면으로 바꾸어 말했을 뿐이다. 이 두 측면에 대한 결과는 차치하고라도 그 과정을 상상해 보자. 전자는 피동적으로 고통을 감내하면서 일을 해나갈 것이고, 후자는 능동적으로 즐기면서 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크 트웨인의 '톰소여의 모험'에서 톰이 이모로부터 받은 벌로 담장 페인트 칠하기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톰의 친구들이 벌 받고 있는 톰에게 함께 놀자고 했을 때 톰의 반응은 어떠했었나? 톰이 '벌로 이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면 친구들은 '쌤통'이라고 놀려대며 자기들끼리 놀았을 게다. 그러나 톰은 이 일이 즐거워서 하는 것이란 걸 강조했고 친구들로 하여금 해보고 싶도록 동기를 유발시키기까지 했다. 그 결과 오히려 친구들이 갖고 있는 과자랑 과일을 받으면서 그 일을 시키고 자신은 편히 쉬면서 그 일을 마칠 수 있었다.
묵묵히 일해 온 소띠의 해 2009년은 역사 속으로 흘러갔다. 이제 백호의 힘찬 2010년의 새해가 시작됐다. "또 한 해가 지나갔구나"가 아니라 "또 새로운 1년이란 한 해"가 우리에게 큰 선물로 주어진 것이다.
대구경북이 잃어버린 15년을 되찾을 기회는 왔다. 할 일들이 너무 많다. 대구와 경북이 함께 추진해 나가야 할 주요 사업은 첨단의료복합단지 구축과 4대강살리기의 낙동강 정비 사업을 비롯해 경제자유구역의 알찬 조성 등 국내외의 투자가 이루어지길 소망하고 있다. 숙원이 되어왔던 대기업을 목표로 한 기업 유치와 역내 기업의 살찌우기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이러저러한 모든 것들을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게 할 필수적인 조건이 남부권신국제공항 유치다. 충청권까지 크게 보아서 수도권의 영향권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수도권과의 경쟁의 장을 생각한다면 우리에게 신공항은 절박한 무기다.
암초들도 많이 도사리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세종시라는 거대한 블랙홀이 형성될 기미도 있다. 지방선거라는 정치적인 눈치보기도 여기저기서 불거질 게 뻔하다. 신공항도 부산의 억지(?)가 있어서 그리 호락호락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마산'창원'진해가 통합이 된다. 지역적으로 힘의 균형이 기울어질 수도 있다. 우리의 섬유산업이 어려운 고비를 겪었듯이 그나마 힘이 되었던 IT 산업도 현재 구미의 상황으로 볼 때 우려가 된다. 자동차부품 산업도 추격하는 중국으로 인해 위협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다. 그렇다고 우리 지역 출신의 대통령이 있고, 장관이 있으니 우리도 뭔가 먹고 살아갈 거리들을 달라고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릴 수는 없다. 해주고 싶어도 그들은 우리나라 전체를 살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야 한다. 타 지역에서 생각해 내지 못한 성장원동력을 가진 사업을 발굴해 내야 한다.
이제 희망을 찾자! 투자펀드를 쥐고 있는 해외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의료단지와 경제자유구역도 살릴 수 있다. 리딩 기업과 기업군을 이루고, 국가 주요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토털물산업도 추진해야 한다. MB정부의 3년차는 일자리 창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한다. 우리 지역의 많은 제조업 중심의 중소기업을 서비스 산업과 융합해 나가고 사회적 기업도 키워 나가면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경북 북부 지역의 발전을 위해 초광역 사업에 동부권 관광진흥도 포함시켜야 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임해보자. 그러면 우리에게도 톰의 일화가 남의 일이 아닐 것으로 확신한다. 한 해의 큰 선물로 말이다.
박광길 대경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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