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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원태의 시와 함께] 손도끼 / 이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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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도끼를 시장에서 사온 날은

외딴 집에 바람이 더욱 세차게 불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댕그렁 세수대야가

날아가 떨어지고

뒤울안 갈대숲이 와스스 울었다.

무쇠 손도끼 날이 잘 섰나 다시 살펴보고

부엌 아궁이에 숨겨 두고

개도 없는 외딴 집 일곱 식구가 한 방에

모여 잠들자

빈 밭고랑 도깨비바늘 마른 잎이 절로 떨며 울었다.

밤 깊을수록 바람은

누군가를 데리고 뚜벅대며 집 주위를 돌아다닌다.

나는 캄캄한 봉창을 내다보며 말한다.

"이봐요 이봐 들어올 테면 들어와 봐요

추운데 밖에서 떨지 말고 들어와요"

그리고 다시 가만히 속으로 말한다

'이 다음 능금나무가 커서 능금이 많이 열리거든 그때 와요'

그러나 바람은 뒤안에서 낙엽을 굴리고

객지 어두운 흙속에 집을 찾는다.

손도끼를 시장에서 사와 부엌에 숨겨 두고

일곱이 자는 외딴 집은

가시나무와 엉겅퀴 숲이 꿈속을 지나가고

산에서는 산짐승이 자꾸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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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해질 때면, "댕그렁 세수대야가 날아가 떨어지고, 뒤울안 갈대숲이 와스스 울지도" 모르는 생활의 을씨년스러움을 우리는 맞닥뜨려야 한다. 더구나 "밤 깊을수록 바람은 누군가를 데리고 뚜벅대며 집 주위를 돌아다니기도" 한다네. 여기서 그 누군가란 바로 (생을 송두리째 반납 받으러 온) '빚쟁이'이거나, '용역 깡패'같은 악당들에 다름없을 터. 하지만, 시인은 "이봐요 이봐 들어올 테면 들어와 봐요/ 추운데 밖에서 떨지 말고 들어와요"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자. 그리고 다시 가만히 속으로 "이 다음 능금나무가 커서 능금이 많이 열리거든 그때 와요"라고 더 따스하게 말할 줄 아는 현자(賢者).

그건 다 손도끼의 힘! 집 지킬 개는 없어도 좋으리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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