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천연암반수로 동네우물을 만들어 시민에게 제공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우선 반가워하면서도 두가지 때문에 미심쩍어 한다. 바로 대구 지하수의 질 (質)과 양(量)이다.
물의 질을 오염 여부와 미네랄 함유량으로 따질 때 대구 지하수의 질은 매우 우수하다. 전국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동네우물되살리기 프로젝트팀은 확신한다.
내추럴미네랄워터는 일반적으로 깊은 산 속 옹달샘보다 좋다. 또 옹달샘은 맑은 강물보다 우수하다. 최악의 물은 오폐수이고, 그 다음이 오폐수에 오염된 강물이다.
먹는 물에 녹아 있는 미네랄은 내추럴미네랄워터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시중에 판매되는 미네랄워터(생수)-약수 등 지표수, 수돗물, 역삼투압 방식으로 정수기를 통과한 수돗물 순서가 된다. 수돗물이 정수기물보다 미네랄이 더 많은데 굳이 돈 들여 정수기를 사는 것은 수돗물에 대한 불신 탓이다.
대구 지하수의 질이 우수하다면 양은 충분할까?
◆황진이가 목욕한 물로 만든 소주=지구를 '물의 행성'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물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물은 바닷속 지하 강 호수 댐 계곡에도 있고, 대기 중에도 있다. 액체인 물과 고체(얼음), 기체(수증기) 형태로도 존재한다. 사람의 몸과 동식물의 상당 부분도 물로 이뤄져 있다.
지구의 물 양은 정확한 측정이 어렵지만 14억㎦ 정도라고 학자들이 추정한다. 이를 ㎥로 환산하면 1,400,000,000,000,000,000㎥(140경㎥) 이다. 이 중 97%가 바닷물이고, 담수는 3%에 불과하다. 담수의 69%는 빙하, 30%는 지하수이고 인간이 자원으로 사용하는 강 바다 호수에 있는 지표수는 고작 1%다. 그러나 담수의 1%도 수치로 환산하면 420,000,000,000,000㎥(420조㎥)나 되니 만만치 않은 양이다.
지구 물의 양은 변할까? 아니다. 바다, 육지, 대기 사이를 증발 강수·강설 등으로 순환할 뿐 양은 일정하다. 우주에서 지구로 운석이 떨어져도 물은 모두 말라버린다. 우주선에 물을 가득 실어 우주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이상 지구 물의 양은 일정하다. 그래서 순환재라 한다.
이처럼 물은 영원하기 때문에 조선조 기생 황진이가 목욕한 물이 오늘 당신이 마시는 소주잔에 들어 있을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가능하다.(이태교 저 '재미있는 물 이야기')
◆대구 지반 침하?=대구 지하수의 질이 매우 좋다는 보도(매일신문 7일자, 14일자 4면)가 있자 노파심의 한 독자는 "대구 땅이 꺼지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대구의 내추럴미네랄워터가 유명해져 너도 나도 지하수를 먹으면 개발량이 늘어나고 결국 지하수가 말라 지반 침하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것은 공연한 걱정이다.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에 따르면 대구의 수자원은 9억4천만㎥/년으로 추산된다. 30년 평균강우량 1천58.6㎜로 추산한 수치다. 이 가운데 지하로 흘러드는 물은 16.4%인 1억5천만㎥/년인데 지반 안정률을 감안해 산출한 지하수 개발 가능량은 1억㎥/년이다.
대구의 지하수 이용량은 2005년말 현재 3천46만㎥/년으로 개발 가능량의 29.3%다. 전국 평균 29.7%보다 조금 적다. 개발 가능한 지하수의 70%를 그냥 버려두고 있는 셈이다.
대구에 신고된 관정은 5천여개로 지하수를 퍼올려 생활용, 공업용, 농업용으로 사용한다. 구별로는 북구가 가장 많이 지하수를 이용하고 있고, 달성군, 수성구, 달서구, 서구, 동구, 중구, 남구 순이다. 단위면적당 지하수 이용량은 중구, 서구, 남구가 다른 구군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동네우물되살리기' 프로젝트로 개발하려는 지하수 양은 500만㎥/년이다. 시민 1인당 하루 2ℓ 물을 마시면 충분하나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할 때 쓰는 물까지 감안해 5ℓ를 공급한다는 계획에 따른 수치다. 동네우물되살리기로 개발하는 지하수는 신규로 관정을 뚫기보다 기존 관정을 리모델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1차로 개발되는 35개 지점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지주들이 기존공 재활용 보다 신규로 관정을 뚫는 것을 선호해 계획 변경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동네우물되살리기로 지하수 이용량이 3천만㎥/년에서 3천500만㎥/년으로 늘어나더라도 전체 개발 가능량의 35%에 불과해 지반 침하 걱정을 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남용 막는다=그렇다고 질좋은 천연미네랄워터를 시민들이 낭비하는 것을 막는다는 게 동네우물되살리기 프로젝트팀의 복안이다. 너무도 흔한 물이어서 소유 개념이 없지만 대구의 천연미네랄워터는 공공을 위한 자원이란 인식 만들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대형음식점 등에서 천연미네랄워터를 마구 길어가 낭비할 경우 일시적이나마 발생할 수도 있는 지하수위 저하를 막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남용방지책은 1인당 하루 20ℓ이상을 길어 가지 못하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1인당 5ℓ, 4인 가족 기준으로 20ℓ로 잡았다.
아무리 풍부한 물이라도 아껴쓰는 지혜가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 없는 일이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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