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막 위 기적' 라스베이거스는 또다른 세상

[뉴욕 뉴욕]최준용의 인턴십 다이어리-#15. 캘리포니아와 라스베이거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는 결혼 후 2년째 캘리포니아 생활을 하고 있는 누나가 있다. 내가 뉴욕으로 간다고 하는 소식을 듣자마자 누나는 꼭 집에 들러서 조카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가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함께 서부 여행을 하자고 제안했다.

같은 미국이긴 하지만 내가 있는 뉴욕은 동부의 끝이고, 누나가 사는 산타클라라는 서부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버스나 기차로 가려면 최소 1주일을 잡아야 되는 거리다. 서부에서 동부로 가는 기차 여행을 해보고 싶었지만 인턴인 내게 휴가는 너무도 부족했다. 일단 비행기로 서부까지 가기로 했다. 미국 서부 위주로 여행을 하면 되니까.

미국 국내선은 마치 고속버스를 타듯 간단했다. 보안이 아주 까다로운 국제선과는 너무나 달랐다. 국내선 비행기라 다소 자리가 좁고 불편했지만 견딜 만했다. 휴스턴을 경유해 산타클라라에 도착했다.

이번 서부 여행을 위해 자형은 휴가를 내고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조카도 함께 여행에 동참했다. 자형이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로 여행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많은 것을 제대로 보는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여행이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자동차 여행은 필요한 물품들을 많이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래서 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의 태양은 뉴욕의 그것과는 달리 매우 강렬했다. 포도, 오렌지 등이 자라기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더니 역시나 태양은 더 뜨겁고 대기는 약간 건조한 느낌이다. 창 밖으로 펼쳐지는 모습들이 너무나 이색적이다. 뉴욕의 빌딩 숲 속에서만 지내왔던 나였기에 창 밖의 풍경만 하더라도 충분히 나를 들뜨게 만들어 주었다.

이번 여행은 네덜란드를 모델로 한 솔뱅(Solvang), 아름다운 해안도시 산타 바바라, LA, 샌디에이고, 라스베이거스를 돌고 다시 산타클라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총 주행거리가 1천㎞가 넘는 긴 여행이었다.

솔뱅은 마치 네덜란드의 풍차마을 같은 분위기다. 건물들은 원색으로 칠해져 이국적인 느낌을 더하고 도시 곳곳에서 풍차를 볼 수 있다. 이 작고 아름다운 마을 곳곳에는 주민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시간을 넉넉하게 들여 구경하기 좋은 아기자기한 마을이다. 솔뱅을 지나 다음으로 들른 곳은 산타바바라. 아름다운 캘리포니아 해변가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멋진 곳이다. 곳곳에 야자수가 자라고 있어 이국적인 느낌은 물론 해산물이 매우 신선하고 맛있어 인상적이다.

커다란 갈매기에게 굴 튀김 하나를 뺐긴 건 좀 분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멋있는 해변가를 뒤로하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LA에 위치한 유니버셜 스튜디오. 대구의 우방타워랜드 정도 되는 규모의 놀이공원이라고 짐작하고 무심코 들어갔다. 하지만 차원이 달랐다. 단어 그대로 환상적인 곳이었다. 길거리에는 마릴린 먼로가 나에게 손짓하고, 4D 슈렉 영화관에서는 당나귀가 재채기를 하면 나에게 그 침이 튀기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꼭 가보라는 이유가 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미국의 수많은 문화 콘텐츠에 부가가치가 더해진 문화의 집약체인 것이다. 샌디에이고 시월드의 세뮤쇼도 인상 깊었다. 세뮤는 검은 범고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약간은 다른 종이라고 한다. 조련사의 능수능란한 모습과 사람들 앞에서 재롱을 피우는 세뮤는 정말이지 명물 중의 명물이었다.

처음엔 샌디에이고를 마지막으로 산타클라라로 돌아가려 했지만 평생 한번 갈까말까한 미국 서부 여행이었기에 샌디에이고에서 차로 5시간 거리인 라스베이거스로 가기로 결정했다. 사막의 기적이라 불리는 라스베이거스. 출발해서 사막에 들어선 지 2시간 즈음 되었을까. 휘황찬란한 세상이 이어졌다.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도시가 나온 것이다. 비록 라스베이거스에서 보낸 시간은 단 하룻밤이지만, 매우 인상 깊은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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