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강대국은 제조대국으로 일어나 금융대국으로 막을 내렸다. 이탈리아 반도와 지중해를 지배했던 로마제국 그리고 5대양 6대주에 식민지를 두었던 대영제국도 같은 운명이었다. 두 제국은 강점이었던 농업이나 산업혁명의 역량을 이어가지 못하고 금융과 소비가 경제의 중심이 되면서 초강대국 자리에서 멀어졌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생하면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비상 경제대책을 요란하게 내놓았다. 하지만 독일만은 별다른 대책을 만들지 않았는데도 탄탄한 제조업을 바탕으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 있다.
일본 소니사가 삼성과 LG에 가전제품 관련 1위 자리를 내주고 잃어버린 10년을 겪게 된 것은 바로 제조기반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 및 중남미 국가로 이전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소니사는 생산기반을 임금이 싼 중국과 제3세계 국가로 이전, 제품의 질이 떨어졌고 결국 소비자들이 외면하면서 경쟁력이 급격히 추락했다. 최근 대규모 리콜을 실시한 도요타는 수년 동안 자동차 품질의 '황금표준'으로 여겨져 왔지만, 비용절감을 위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품질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앞선 사례들은 모두 제조업 기반이 무너져 빚어진 현상으로 대구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대구가 보여준 신성장동력산업 발굴 노력은 일종의 유행 좇기와 다를 바 없었다. '첨단산업=신성장동력산업'이란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탓이다. 신성장동력산업은 기존 주력산업이나 기반산업을 고도화해 지역의 먹을거리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며 첨단산업은 기존 산업을 첨단화시켜 경쟁우위 산업화하는 것이다. 반면 '신산업'은 기존 주력산업보다는 향후 10년 전후에 성장을 주도할 미지의 분야로 막대한 투자와 고위험이 존재하는 산업이다.
대구는 정부 공모사업의 경우 이른바 유망하다는 '첨단산업'에 대해서는 지역의 역량이나 시장 분석에 근거해 치밀한 발전전략을 짜기보다는 우선 발부터 담그기에 급급했다.
1997년 '밀라노프로젝트'에서부터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진출과 관련한 '모바일시티' 계획에 이어 '솔라시티' 바이오와 문화'나노 투자, 자기부상열차와 로봇랜드, 최근의 그린에너지시티 및 메디시티에 이르기까지 대구시의 슬로건만 수시로 바뀌었지 결과는 별반 나아진 게 없다.
지금부터라도 대구의 경제 도약을 위해 대구를 어떤 도시로 키울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처럼 선진국이나 일류 도시들이 추진하고 있는 신산업을 본떠 이것 저것 긁어모으는 백화점식 계획으로는 대구의 경쟁력이 더 약화될 뿐이다.
'신산업'진출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자금, 인력, 기술 및 시간'이며 그 다음이 '지역의 역량'과 '시장의 흐름' '소비자의 변화를 꿰뚫는 것'이다. 하지만 대구는 이를 고려치 않고 맹목적으로 '신산업'을 좇았다. 대구가 추진하고 있는 '신산업'은 대구만이 할 수 있는 대구 특유의 산업에 기반한 신성장 동력산업이 아니라 모든 지역이 육성하고 싶어하는 산업이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선 먼저 우리 지역의 현주소를 냉정히 분석해야 한다. 지역의 역량과 문제점 및 여건분석, 주요 프로젝트와 신성장동력산업 등에 대한 타당성 검증과 함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의 기반산업을 살리고 성장동력도 끌어내기 위해서는 '2트랙(track)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지역이 강점을 가진 기반산업을 중심으로 이를 첨단화, 구조고도화, 융합화해 지역의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는 것과 지역에 기반은 없지만 향후 기술변화 추세 등을 감안해 지역의 차세대 먹을거리 산업인 '신산업'을 선정, 정부로부터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받아 일관성 있게 육성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컬러풀도시'메디시티'솔라시티'교육도시'R&D특구 등을 표방하는 대구시는 과연 슬로건에 걸맞은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하여 왔는가? 또 대구가 실제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들인가? 적당한 모방과 유행을 좇아 급조된 신성장동력산업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춘수 사회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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