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철우의 공연 찍어듣기]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수성아트피아/3월 7일

근자에 20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L.A.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을 비롯한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베네수엘라 연주자들의 활동을 통해 국가 지원을 받는 베네수엘라의 음악 교육 재단 엘 시스테마(El Sistema)의 업적이 자주 화두에 오르곤 한다. 이 운동의 목적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재활하고 범죄 행위를 예방하여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음악을 이용하는 것이었지만 그 결과는 기적 같은 현실로 나타났다.

이는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대중적인 문화를 접하기보다 아카데믹하고 고전적인 순수예술에 눈을 뜨게 하는 교육의 결과가 문화, 예술의 세계적인 명품을 만드는 한 가지 정도(正道)임을 보여주는 예이다.

우리문화가 한류라는 기류와 마주치면서 대중예술로 극단적으로 치우치는 편협 현상이 나타나고, 학교교육에서 음악을 비롯한 예능교육이 공식적으로 무시되며, 국가의 지원도 잘 되는 쪽 밀어주기 식으로 상업적으로 이미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뮤지컬을 비롯한 대중문화를 지원하면서 순수예술이 위축되는 현상으로 귀결되어가는 세태가 안타깝기만 하다. 단적으로 대구만 하더라도 국제오페라축제에 비해서 뮤지컬축제에 두 배에 가까운 국가예산이 지원되는 것이 국제적 수준의 문화를 염원하는 바람을 가진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이기도 하다.

사실상 세계적으로 문화선진국들은 대중예술을 공식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것이 상식화되어있음을 알고 있다. 순수예술은 인기도 없고, 재미도 대중적인 것에 비해 떨어지고, 돈을 들인 데 비해 효과가 세인들의 관심을 끌 만큼 화려하지도 않다. 마치 세계적인 명문대학들이 철학과가 비인기학과임에도 불구하고 없애지 않고 지속적으로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철학이 죽으면 그 학교의 정신이 죽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순수예술을 교육적으로, 재정적으로 더 많이 지원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는가 싶다.

순수예술의 부흥은 대중예술과 응용예술의 세계적 명품이 되기 위한 조건이며, 나아가서 신문화 창출의 기초가 된다. 우선적으로 순수예술 분야의 발전이 전제되어야 할 필요가 그 속에 정신과 철학과 정체성의 척도가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명품 연주회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3월 7일 수성아트피아 용지홀에서 열릴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 임동혁은 현 계명대학교 피아노과 교수인 임동민의 동생이며, 2005년 쇼팽콩쿠르에서 임동민과 2위 없는 공동 3위를 하여 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쇼팽 스페셜리스트이다. 워낙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여서 업적과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꼭 제안하고 싶은 것은 세계가 한국을 문화국으로 인정하게 되는 큰 이유 중 한 가지가 당연히 서구인들 자신의 영역이었던 분야에 한국인이 더 탁월한 성과를 나타내는 데 대한 놀라움의 결과이다. 이미 유학을 가지 않고도 세계의 대표적인 콩쿠르에서 피아노, 바이올린 등 참으로 어려운 분야에서 성과를 얻고, 성과 이후 세계적으로 그 명성을 인정받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이 있다. 이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밴쿠버의 기적이 현실인 것처럼 순수예술의 기반이 다져지면 그 기반을 기초로 문화선진국의 위상이 세워지리라 생각한다. 필자는 이 음악회를 통해 세계적 명품을 감상도 하고, 지속적인 명품의 탄생비법도 발견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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