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작, why?] 에밀 놀데 '최후의 만찬'

노동으로 거칠고 남루한 예수 모습 감동 배가시켜

*작 가 명 : 에밀 놀데(Emil Nolde, 1867~1956)

*제 목 :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

*제작연도 : 1909

*크 기 : 86x107cm

*재 료 : Oil on canvas

*소 장 처 : 코펜하겐 국립 미술관(Statens Museum for kunst, Denmark)

20세기 초반 접어들면서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표현주의'라는 새로운 미술운동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작가 개인의 내부생명 즉, 자아와 영혼의 주관적 표현을 추구하는 일종의 감정표출의 예술 활동인 이 운동은 우선 회화에서 시작돼 다른 조형예술을 거쳐 문학'연극'영화'음악에까지 영향을 미친 시대를 초월한 유럽 미술의 새로운 저류(底流)중 하나로 보여진다. 미술에서의 표현주의라는 명칭은 1910~1920년에 벌어진 모든 반인상주의(反印象主義)를 표방하는 운동을 총칭하는 말로, 유럽의 시대적 미술운동의 한 흐름이었다.

에밀 놀데(1867~1956)는 독일 표현주의 화가를 대표하는 인물로 손꼽힌다. 판화가와 수채화가로도 잘 알려진 그는 특히 성경 내용을 격정적인 붓 터치와 열정적인 원색으로 마음껏 표현한 종교화가로도 더욱 유명하였으며 본명은 에밀 한센(Emil Hansen)이었다. 표현주의 화가들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인 태양 빛에서 그대로 표현되는 원색을 즐겨 사용했던 그의 그림은 성경의 이야기 속 뜨거운 환희와 열정을 원색물감으로 마음껏 표현하였다.

19세기 인상파 이후 화가들은 가능한 한 태양 빛을 통한 원색을 주로 사용했는데 이는 정열적인 표현을 위해서였다. 놀데는 표현주의의 선구자인 반 고흐와 뭉크, 고갱 등의 그림에 깊이 공감하면서 자신의 열정을 거침없이 화폭에 옮겨 놓았다. 그의 작품은 강렬한 색채와 거친 형상으로 동시대인들에게는 거의 '원시적'이라고 여겨질 정도였다. 그리고 그는 원시 미술에 깊은 관심을 가지면서 그의 회화에 또 다른 원천을 발견하고자 노력했다.

놀데의 작품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는 성배를 두 손에 꼭 쥐고 당신의 몸과 피를 통한 구원을 약속하고 계신다. 성서에 의하면 예수는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하면서 두 가지를 이야기했는데 그 중 첫째는 '유다의 배반'에 대한 예고이고, 둘째는 '영성체를 통한 구원의 약속'이었다.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유다의 배반'에 대한 예고를 주제로 하고 있다면 에밀 놀데의 '최후의 만찬'은 '영성체를 통한 구원의 약속'을 담고 있다.

거칠고 투박한 예수의 손과 제자들의 허름한 옷차림, 서로 부대끼며 앉아있는 듯한 매우 협소한 장소 등은 가난과 초라함을 극적인 긴장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시대정신을 지니며 사회적 문제를 주제로 다룬 표현주의 양식으로 표출되어진 놀데의 작품에는 육체노동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사람같이 거칠고 남루한 예수의 모습이 미술이 가지는 시대적 시각의 예리함과 함축된 메시지를 담아냄으로써 명화가 주는 감동을 더욱 배가시키고 있다.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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