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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원태의 시와 함께] 저녁길/ 이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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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켜든 외국인 노동자의 손바닥은 묵은 쌀빛, 가락이 길어 슬퍼 보이는 손을 본다 지금 난 그의 말을 쉽게 알아듣지 못한다 다만 눈치챌 수 있다 진눈깨비 희끗한 이 저녁, 한 사내가 다른 사내에게 온몸으로 묻고 있는 그것은 환하고 따뜻한 방으로 뻗은 길, 아마 그런 것일 게다 내 진작 찾지 못하여 이슥토록 헤매던 길

사랑하는 이들에게로 뻗은 저녁길엔 지름길이 없다, 라고

멀어져 가는 그의 등에 또박또박 쓴다

진눈깨비와 어둠에 녹아 안 보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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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이 길어 슬퍼 보이는 손을" 가진 외국인 노동자의 치켜든 "묵은 쌀빛" 손바닥은 진눈깨비 희끗한 저녁의 어둠만큼이나 쓸쓸한 표징(表徵)이다. 쉽게 알아듣지 못하는 이방의 언어는 흩날리는 진눈깨비들과 더불어 허공에 따로따로 흩어져서, '소통 불능'의 상태를 여실히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그 소통의 어려움을 넘어 "다만 눈치 챌 수 있"으니, 한 사내가 다른 사내에게 온몸으로 묻고 있는 그것은 바로 "환하고 따뜻한 방으로 뻗은 길"일 것이라는 짐작. 그 인식은 자체로 참으로 환하고 따뜻하다! 그건 모두 시인의 마음자리에서 기인하는 것. 그 길이란 시인 자신이 "진작 찾지 못해 이슥토록 헤매던 길". 거기에 이르는 지름길이란 애초에 없으니, 생이 이슥토록 온몸으로 헤매어야 하는 저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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