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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원태의 시와 함께]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송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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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홑치마 같은 풋잠에 기대었는데

치자향이 수로(水路)를 따라왔네

그는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 아니지만

무덤가 술패랭이 분홍색처럼

저녁의 입구를 휘파람으로 막아주네

결코 눈뜨지 못하리

지금 한 쪽마저 봉인되어 밝음과 어둠이 뒤섞이는 이 숲은

나비떼 가득 찬 옛날이 틀림없으니

나비 날개무늬의 숨결 따라간다네

햇빛이 세운 기둥의 숫자만큼 미리 등불이 걸리네

눈뜨면 여느 나비와 다름없이

그는 소리 내지 않고도 운다네

그가 내 얼굴 만질 때

나는 새순과 닮아서 그에게 발돋움하네

때로 뾰루지처럼 때로 갯버들처럼

"나는 새순과 닮아서 그에게 발돋움하네/ 때로 뾰루지처럼 때로 갯버들처럼"이란 결구의 아름다움만으로도, 가히 언어로 이룬 섬세한 미학의 한 극점이라 하겠습니다. 시를 소리 내어 읽는 사이, "수로(水路)를 따라"온 "치자향"이 제 방에 가득합니다. "홑치마 같은 풋잠에 기대"고 싶은 오후입니다.

이 시를 굳이 해석하려고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냥 그 섬세한 이미지들이 충돌하고 변주되면서 거느리는 아우라에 서럽도록 충만하게 휩싸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나비 날개 무늬의 숨결 따라가"듯 그냥 따라가면 어떨까요. 그러면 "햇빛이 세운 기둥의 숫자만큼 미리 등불이 걸리"는 저녁이 어느새 다가와 있지 않을는지요.

나도 이, 미리 온 봄의 새순과 닮아서

당신을 향해 발돋움합니다.

때로 뾰루지처럼 때로 갯버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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