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미정의 별의 별 이야기] 남규리

연기자로 제2의 도약 역시 "인생은 아름다워"

그룹 '씨야'의 남규리가 1년여간의 공백을 깨고 브라운관에 돌아왔다. 하지만 그녀는 가수가 아닌 연기자로 다시 시청자들 앞에 섰다.

그녀는 김수현 작가, 정을영 PD 콤비가 만드는 SBS 새 주말특별기획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 생애 첫 드라마 도전에 나섰다.

재혼가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상을 유쾌하게 그려내는 가족드라마인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남규리는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란 20대 여대생 '양초롱' 역할을 맡았다.

'양초롱'은 부모님과 형제들 사이에서는 애교덩어리 막내이자, 주변의 수많은 남자들을 영민하게 관리하는 소위 '어장관리녀'다. 그래서 그녀는 촬영장에서 신나는 음악을 듣고 하이 톤으로 말하는 등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털털하고 중성적인 면이 있어서인지 남자친구가 많기는 해요. 그래서 남자의 심리를 잘 알거든요. 여자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만 남자친구들과 이야기가 잘 통해요. 하지만 말 그대로 고민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친구지, 애인은 없어요. 더구나 초롱이처럼 단체 문자를 보내는 등 어장관리하는 데는 소질이 없어요."

자신과 닮은 밝고 건강한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남규리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008년 영화 '고사'에 출연하긴 했지만 드라마는 처음인데다, 김수현 작가는 물론 여러 쟁쟁한 대선배 연기자들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선남선녀들이 나오는 드라마에 출연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첫 드라마인 만큼 그녀는 순리대로 하나하나 배워나가야겠다는 생각에 주저하지 않고 '김수현'호에 승선했다.

"장서희씨가 연기대상에서 '선생님들께 많이 배운다'며 감격의 눈물의 흘리셨는데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선배님들의 대본 연습과 연기를 보는 그 자체로도 많은 공부가 되고 있거든요. 특히 극중 엄마인 김해숙씨는 진짜 막내딸처럼 대해주세요. '다른 드라마에서 2년에 배울 것 1년에 배운다고 생각하라'고 조언도 해 주시고요."

첫 촬영부터 대사도 많고 연결 신도 많아 아무 생각 안 날 정도로 긴장했다는 남규리. 분량도 많은데다 연일 밤새우며 강행군 중이라 얼굴 살이 쏙 빠졌다.

"얼굴 살이 너무 많이 빠져 화면에 이상하게 나오더라고요. 밝고 건강한 캐릭터인데 안 되겠다 싶어서 하루에 여섯끼씩 먹고 있어요. 밥 먹으면 생기가 돌면서 힘이 나요. 역시 밥이 최고의 보약인 것 같아요."

연기자로서 새 출발을 앞두고 있는 남규리. 하지만, 그녀가 이 자리에 서기까지 순탄치는 않았다. 그녀는 전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문제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고 지난 한 해 사실상 활동을 접었다. '씨야'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다 하루아침에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올 초 전 소속사에서 아무 조건 없이 남규리를 풀어주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지난해 인생에서 가장 큰 고비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도로 힘들었어요. 인간관계도 멀리하게 됐죠. 그러다 보니 외로웠어요. 무엇보다 일이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죠. 그래서 집에서 강아지를 기르며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았어요. 하지만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어요."

갈등이 해소되자 그녀 역시 다시 되살아났다. 남규리는 다시 일을 시작했고 사람들을 만나며 세상 속에서 호흡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해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을 발탁하고 다시 일을 해줄 수 있게 해준 전 소속사 대표와 현 소속사 대표, 그리고 검증되지 않았지만 자신을 믿어준 김수현 작가와 정을영 PD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특히 남규리는 홀로 지낼 때 가장 많은 용기를 준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사실 결혼 생각이 별로 없었어요. 저희가 4남매라 먹을 걸 사다놔도 금방 없어지고 옷도 물려 입고 자라서인지 나중에 결혼하면 아이를 하나만 낳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알았어요. 정말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만 있다면 빨리 결혼해서 저만의 가정을 꾸미고 싶어요."

힘든 과정을 겪고 난 뒤 한결 여유를 찾은 남규리. 그녀는 인기보다는 연기자로서 정체성을 찾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요즘 걸그룹 전성시대인데요. '저 친구들이 나중에 어떻게 될까' '홀로서기는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저 역시 큰 인기를 누릴 때가 있었지만 정말 한순간이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지금은 인기보다는 배우로서 사랑을 받고 싶고, 저만의 필모그래피를 쌓고 싶어요."

그러다 보니 그녀는 가수 출신 연기자들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관심과 혹독한 잣대에 대해서도 전보다는 자유로워졌다.

"여러 일들을 겪고 나서 제 스스로도 많이 강해졌어요. 그래서 인터넷을 잘 안 보는 편이에요.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겠지만 1부보다는 2부, 2부보다는 3부로 갈수록 나아질 테니 주위 비난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으려고요."

그녀에게는 또 다른 목표가 있다. 연기 변신과 함께 기회가 되면 놓았던 마이크도 다시 잡는 것이다.

"일단 올해 목표는 '인생은 아름다워'에 올인하는 거예요. 연기자로 자리를 잡으면 멜로물이나 내면에 상처를 가지고 있는 여인을 연기해보고 싶고요. 기회가 되면 노래도 하고 싶어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노래는 완전히 접지 못할 것 같아요. 노래는 제 일상이자 탈출구와도 같아요. 감성에 있어서 도움을 많이 주기 때문에 연기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거든요."

어려움을 딛고 다시 도약을 꿈꾸고 있는 남규리. 그녀의 인생은 드라마 제목만큼이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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