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엄원태의 시와 함께] 야채사(野菜史)/김경미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고구마, 가지 같은 야채들도 애초에는

꽃이었다 한다

잎이나 줄기가 유독 인간 입에 달디단 바람에

꽃에서 야채가 되었다 한다

달지 않았으면 오늘날 호박이며 양파들도

장미꽃처럼 꽃가게를 채우고 세레나데가 되고

검은 영정 앞 국화꽃 대신 감자 수북했겠다

사막도 애초에는 오아시스였다고 한다

아니 오아시스가 원래 사막이었다던가

그게 아니라 낙타가 원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사람이 원래 낙타였는데 팔다리가 워낙 맛있다보니

사람이 되었다는 학설도 있다

여하튼 당신도 애초에는 나였다

내가 원래 당신에게서 갈라져나왔든가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고구마, 가지 같은 야채들도 애초에는/ 꽃이었다"는 생물학 얘기로 시작되는 이 역설은, 사물의 전도(顚倒)된 관계를 우화(寓話)풍으로 그려내고 있다. 입심 좋은 시인은 단지 "달지 않았으면"이란 가정 하나로, 호박이나 양파 같은 야채들이 "장미꽃처럼 꽃가게를 채우고 세레나데가 되고/ 영정 앞 국화꽃 대신 감자 수북했겠다"라는, 발랄한 아이러니를 펼쳐낸다. 이러한 '뒤집음'은 사막과 오아시스, 낙타와 사람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어불성설'의 경지에 이르며 확장된다.

시인은 사물의 전도된 관계를 통해 오히려 모든 존재의 불교식 '불이'(不二)의 연관관계를 역설하고 있다. 요컨대, 당신도 애초에는 나였다. 혹은 내가 당신이었든가. '나는 너다'라고 역설했던 황지우 시인이 떠오른다. 거기 혼자 있는 그대여, 너는 나다!

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공익신고자의 신원을 공개하고 비방한 것에 대해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며 ...
대구시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1천억원 규모의 대구로페이 발급과 5천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포함한 민생경제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며, ...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변호사 업무를 재개한다고 발표하며, 별도의 사무실 없이 주거지를 사무소로 등록하고 상담 업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