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일 미국 시장에서 아이패드(iPad)가 정식 출시된 지 1주일 만에 무려 50여만대나 팔렸다. 지난해 말부터 번지고 있는 '아이폰 열풍'의 뒤를 이을 기세다. 하지만 국내의 반응은 엇갈린다. 아이패드를 두고 말들이 많은 것이다. 아이패드를 새로운 시대의 혁명적 제품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저 9.7인치로 뻥튀기 된 '아이팟 터치'에 불과하다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많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자기 인생 최고의 걸작'이라고 자부한 아이패드는 국내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아이패드는 뭔가?
아이패드는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점령한 애플이 휴대기기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내놓은 태블릿 PC다. 태블릿 PC는 기기의 스크린을 손가락이나 펜으로 터치하는 방식으로 조작할 수 있는 휴대형 PC를 의미한다. 따라서 간편한 조작법, 뛰어난 휴대성, 다양한 활용도 때문에 전세계의 얼리어답터들이 열광하고 있다.
아이패드는 화면이 더 커지고 속도가 빨라진 아이폰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무게는 680g, 두께는 1.27㎝, 멀티터치 방식의 25㎝(9.7인치) LED IPS방식 디스플레이 화면을 채택하고 있다. IPS 방식을 채택해 어떤 각도에서 봐도 화면이 뚜렷하고 화면이 번지는 현상이 다른 방식의 패널에 비해 적다. 아이패드에는 무선랜(802.11n)과 블루투스가 탑재된다. 3세대 이동통신망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3G 모델도 함께 출시된다. 배터리는 한번 충전에 10시간 이상 지속된다고 애플 측은 설명하고 있다. CPU는 애플 A4 칩셋이 탑재됐다. 메모리는 16~64GB까지 지원된다.
아이패드는 인터넷 서핑, e메일, 동영상, MP3, 게임, 도서 등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앱스토어에 올라와 있는 14만개의 아이폰, 아이팟 터치용 애플리케이션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전자책 등을 간편하게 통합한 장치로 넷북과 스마트폰의 중간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아이패드의 한국 시장 출시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재 앱스토어에는 벌써 아이패드용 한국어입력 어플(프로그램)이 등록돼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된 아이패드가 무선랜(Wi-Fi) 버전인 데다 아직 한글이 지원되지 않아 국내엔 올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아이패드 직접 써보니…
국내에도 아이패드를 공수받아 사용하고 있는 얼리어답터들이 많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개인 소비자들이 주로 구매대행업체를 통해 아이패드를 구매하고 있으며, 정확한 통계는 집계되지 않지만 국내 도입 물량이 1천여대 수준은 넘어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얼리어답터인 두산 박용만 회장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해외에서 직접 공수해온 아이패드 개봉 동영상을 올려 화제를 뿌렸다. 박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노트북을 버리고 앞으로는 아이패드 하나만 가지고 다니겠다"고 밝힐 정도로 아이패드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했다. 그는 "아이패드로 업무처리, 음악 감상, 영화, 드라마 등을 이용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1호 사용자로 알려진 한 국내 네티즌(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사에 근무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의 아이패드 사용 후기도 사이버 공간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아이폰 확대판' 정도로 생각했는데 직접 써보니 매력은 기대 이상"이라고 평했다. "TV, PC, 휴대폰에 이어 제4 스크린 시대를 열 디바이스라는 찬사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매력이 있어요. 그동안 들었던 단점들이 까맣게 잊힐 정도였어요."
이들 외에도 아이패드를 사용한 뒤 후기를 올린 네티즌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일단 화면이 커져서 보기가 매우 편해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빠른 대기 상태와 실행 속도를 꼽았다. 아무리 빠른 노트북이라도 폴더를 열어 전원을 켜면 최소 30초가량 걸리는데 아이패드는 홈이나 전원버튼을 누르고 살짝만 터치하면 바로 실행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검증된 16만개라는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아이패드의 매력포인트다. 특히 전자책 기능은 아이패드가 가진 백미(白眉)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한 손으로 들고 다른 한 손으로 터치하기엔 불편한 무게감과 두 가지 기능 이상을 동시에 사용하는 멀티태스킹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 점, 그 흔한 USB 단자나 SD 카드 단자가 없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혹평을 냈다. 특히 아이패드엔 커다란 가상 키보드가 있는데, 막상 타이핑을 해보면 장문의 글을 쓰기엔 불편한 점이 많다는 불평이 많았다. 문서 작성이 많은 작업이나 빠른 타이핑이 필요한 작업의 경우 기존 노트북을 능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아이패드 한국 상륙, 성공할까?
올 하반기에 국내에 상륙할 예정인 아이패드가 미국에서 몰고온 열풍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지역 한 IT 업종 관계자는 "애플의 아이패드는 아이폰과는 상황이 다를 것으로 본다. 한국에서는 성공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그는 직업상 애플의 매킨토시 컴퓨터를 수년째 이용하고 있는 '맥 애용자'이지만 아이패드만큼은 비관적으로 봤다.
이달 3일 미국에서 아이패드가 첫 공개된 이후 일각에서 쏟아진 찬사와는 딴판이다. 이유는 뭘까? 그는 "우리나라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IE)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MS가 아닌 컴퓨터는 구조적으로 경쟁이 힘들어요. 인터넷 뱅킹이나 게임 심의와 관련된 법규는 아이패드와 같은 글로벌 제품이 국내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들지요. 아이패드가 국내에 들어와도 인터넷 뱅킹, 온라인 쇼핑은 거의 불가능할 겁니다. 특히 우리 정부가 자랑하는 전자정부 사이트조차도 아이패드 사용이 제한적일 겁니다." 그의 말대로 국내 인터넷 동영상 강의도 익스플로러에서만 돌아가는 현실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MS 플랫폼 의존 현상은 문제가 많아요. 삼성과 LG가 다른 분야에 비해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진 데는 이 문제가 영향이 큽니다. 또 MS 중심의 국내 컴퓨터 사용환경은 소비자 선택을 제한할 뿐 아니라, 특정 기술에 의존하게 해 소프트웨어 개발 경쟁을 저해하는 결과만 초래하지요."
현재 국내 인터넷 사이트 대부분은 MS의 액티브엑스(웹과 응용프로그램 연결장치)를 설치해야 비로소 금융거래, 쇼핑, 카드 결제, 동영상 시청 등이 가능하기 때문에 맥을 사용하는 아이패드로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은 공인인증서를 액티브엑스를 통해서만 발급한다. 인터넷 쇼핑조차 불가능한 아이패드를 단지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구입할까? 하는 비관론이다.
MS만 고집하는 한국의 상황 때문에 애플의 아이패드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지적은 여러 전문가들이 꼽는 공통된 사안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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