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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원태의 시와 함께] 하이파이브 / 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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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번 자궁경부암 검사 받으러 산부인과 갈 때

커튼 뒤에서 다리가 벌려지고

차고 섬뜩한 검사기계가 나를 밀고 들어올 때

세계사가 남성의 역사임을 학습 없이도 알아채지

여자가 만들었다면 이 기계는 따듯해졌을 텐데

최소한 예열 정도는 되게 만들었을 텐데

그리 어려운 기술도 아닐 텐데

개구리처럼 다리를 벌린 채

차고 거만한 기계의 움직임을 꾹 참아주다가

커튼이 젖혀지고 살짝 피가 한 방울,

이 기계 말이죠, 따듯하게 만들면 좋지 않겠어요?

처음 본 간호사에게 한마디 한 순간 손바닥이 짝 마주쳤다

두 마리 청개구리 손바닥을 짝 마주치듯 맞아요, 맞아!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니깐요, 자요, 어서요, 하이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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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모태인 자궁을 검사하는 기계가 저토록 오만한 냉혈동물 같은 것인 줄 미처 몰랐네요. 차가운 금속성의 병원기구들이지만, 여자에게는 유달리 더 "차고 섬뜩한" 느낌이 들었나봅니다. 커튼 뒤로 어색함을 감추고 "개구리처럼 다리를 벌린 채", 검사를 받느라 "차고 거만한 기계의 움직임을 꾹 참아주"는 그 심정을 짐작할 만합니다. 검사 기계를 따듯하게 만들지 않은 남자들, 남성의 역사인 세계사까지 원망스러워집니다. 특허 아이디어가 여기 있으니 누가 어서 접수하세요. 다행히 간호사와 "짝 마주친" 손바닥이 그녀를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려 주었군요. 발랄해서 멋진 의기투합입니다. '언어의 육체파'라 불리는 이 시인의 작품에 '완경'이 있습니다. 폐경(閉經)이 아니라 완경(完經)이라지요. 수십 년 동안 한 달에 며칠씩 그 번거로운 절차를 치르는 일도 예삿일은 아닐 것입니다. 아무쪼록 세상 모든 여성들이 자궁암에 걸리지 않고 완경을 잘 이루면 좋겠습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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