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시작하는 '금발이 너무해' 대구 공연에 제가 여섯번이나 나옵니다. 대구는 뮤지컬·오페라의 도시답게 항상 많은 관객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성에게는 통쾌함, 남성에게는 상큼함을 선사할 것입니다."
지난달 25일 전북 전주 한국문화소리의 전당을 찾아갔다.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의 여주인공 김지우(26)를 만나러 가는 길은 3시간 넘게 걸렸지만 만나고 보니 먼 길을 달려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도 털털한 매력을 지닌 그는 공연 시작 전 한시간 가량 인터뷰 시간을 내줬을 뿐 아니라 사력을 다해 공연을 마치고 녹초가 된 상태에서 기자에게 또 다시 시간을 내줬다.
객석 맨 앞자리에서 본 김지우의 연기는 열연 그 자체였다. 내일 지구가 멸망이라도 하는 듯 온 힘을 다해 공연에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공연이 끝난 후 이런 말을 했다. "다른 사람들은 에너지를 남겨두고 적절하게 배분을 하라고 하는데 제게는 매회 공연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 제가 가진 에너지의 120%를 쏟아내려 합니다. 무대에서 관객이 기대하는 에너지를 느끼면 그만큼 돌려주는 게 배우잖아요."
목에 물혹이 생기고 체력이 바닥날 만큼 힘든 공연의 연속이지만 김지우는 밝은 기운과 배우로서의 근성을 가지고 어려움을 돌파하고 있었다. 대구에 상큼·발랄한 매력을 한껏 선사해줄 김지우를 파헤쳐 봤다.
◆탤런트 경력 11년 VS 뮤지컬 경력 1년
김지우는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서 태어나 계성여고 1학년 때 김지우는 서울 명동에서 한 기획사 관계자의 눈에 띄어 탤런트의 길로 접어들었다. 연예인이 된 후에는 동덕여대 방송연예학과를 다니다 단국대 연극영화과로 옮겨 졸업했다.
탤런트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만한 배역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대부분 새침한 이미지의 조연 역할이라 자신의 존재감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킬 계기는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김지우를 보고 나면 누구나 "아! TV에서 자주 봤던 여배우구나!"라고 말한다. TV드라마에 출연할 때는 늘 비슷한 배역만 주어졌다. 도도하거나 드센 젊은 여성. 이런 상황에 대해 김지우는 "제 이미지가 그렇게 착하지는 않은가 봐요. 날카롭고 예민하게 보이는 부분도 있고요. 실제는 정말 털털하고 덤벙거리며 상처를 잘 받는데요. 이미 고정된 이미지는 오래 가져가야 하겠지만 새로운 매력을 발산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잖아요. 아직은 미래가 더 무궁무진하기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요."
그런 그가 뮤지컬에 입문하고는 많이 달라졌다. 1년여 동안 7차례 공연을 했는데 뮤지컬 배우로서 자신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무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것. 지난해에는 배우로 평생 한번만 받는다는 신인상도 수상했다. 탤런트 경력 11년에도 상복이 없었는데 지난해 대구뮤지컬어워즈에서 '김종욱 찾기'라는 작품으로 신인상을 받았다.
그는 "배우로서 신인상을 받는다는 것은 의미가 참으로 크다. 내가 뮤지컬 배우로 신인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지난해가 처음이었는데 입문하자마자 이뤄냈다"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느낌이며 뮤지컬 배우로 큰 별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첼리스트를 꿈꾸던 소녀
김지우는 고교시절 첼리스트를 꿈꾸던 소녀였다. 첼로 연주자의 길을 가고자 했다. 그런데 고교에 다니는 동안 내면 깊이 간직한 배우의 꿈이 더 자랐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탤런트의 길을 걷게 된 걸 한번도 후회하지 않는다. 1년 전부터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마찬가지. 관객과 주고받는 에너지를 즐기기 때문이다. 무대나 카메라 앞에만 서면 에너지가 샘솟는 끼 덕분이다.
첼로를 연주하면서 배웠던 것들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뮤지컬에서 악보를 보거나 악기에 맞춰 노래 부를 때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배우들보다는 한발 더 나갈 수 있다.
첼리스트에서 탤런트, 그리고 뮤지컬 배우로 발전하고 있는 김지우는 어머니와 남동생에게 항상 미안하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어머니 혼자 딸을 뒷바라지하며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 "딸은 혼자 있으면 안 된다"며 김지우와 함께 한국에 머무를 때가 많기 때문에 친척들과 미국에 있는 남동생이 혼자 있을 때가 많다.
그는 남동생에게 "마침 이달 25일이 동생 생일인데 누나로서 잘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6월에 가서 맛난 음식 많이 사주겠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어머니에 대해서는 "정신적 지주이자 소울 메이트"라고 표현했다.
그는 뮤지컬 선배인 전수경에 대해 "연기나 인생에 있어서 제 멘토나 다름없는 분"이라며 "어려울 때마다 다정다감하게 자신의 힘들었던 경험을 얘기하며 잘 극복해낼 수 있게 격려해 줘 제2의 어머니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과 가족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아이를 너무 좋아해 결혼은 일찍 하고 싶어요. 내년은 아홉수가 있다고 하니 2, 3년 내에는 결혼할 생각이에요. 일도 계속해야죠. 일과 사랑 어느 것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글·사진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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