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금 교실에 혁명적 디지털 교과서 바람

책과 연필이 필요 없는 교실, 학원이 필요 없는 일 대 일 사이버 맞춤 교육, 집이 학교가 되는 시공을 뛰어넘는 교육환경. 우리가 꿈꾸고 상상하던 미래 교실의 모습이다. 상상 속에서나 그려보던 미래교실의 모습이 실제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다. 2008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디지털 교과서 정책 연구학교로 지정, 운영되고 있는 대구 운암초교를 찾아 상상 속에서나 그리던 미래교실의 모습을 만나봤다.

4월 29일 오전 10시 대구 북구 운암초교 6학년 2반 교실에서는 수학수업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이날 수업은 도형의 모양과 면적 및 부피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 수업에 참가한 승주는 수업 시작과 함께 책과 노트 대신 태블릿 노트북(TPC)을 꺼냈다. 이어 능숙한 손놀림으로 전자펜을 이용해 수학교과서를 실행했다.

"직육면체의 각 면을 펼치면 어떤 모양이 될까?" 호기심을 느낀 승주는 예제로 제시된 직육면체와 원통형 도형을 화면을 통해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꼼꼼히 살펴본다. 일반책으로 공부할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승주는 "디지털 교과서에 들어있는 동영상과 사진을 이용해서 그동안 이해하기 어려웠던 도형에 대해 3D 입체영상으로 공부할 수 있어 도형의 성격과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도형의 면적과 용량을 계산하는 것이 까다로웠는데 손쉽게 익힐 수 있었다"고 좋아했다.

같은 반 보경이는 "(디지털 교과서를 쓰면서) 궁금하거나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바로 검색을 해서 빠른 시간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고 다양한 자료가 있어 수업이 재미있다"며 "무엇보다 책가방이 가벼워져서 좋다"고 활짝 웃었다.

이 학교 배창호 교사는 "디지털 교과서를 이용해 수업을 시작한 후 아이들의 발표력과 표현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며 "정보화라는 사회적 요구에 의해 도입되었지만 교육의 근본적인 난제인 학습자 중심의 학습환경을 구축하거나 수준별 교육을 구현하는 데 있어 디지털 교과서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가 지난 2008년부터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 후 바뀐 교실 풍경이다. 현재 이 학교는 4학년 1반, 5·6학년 3반씩 7반을 디지털 교과서 시범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교과서라고 불리는 태블릿 노트북 안에는 혼자서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도록 수십권의 교과서와 참고자료, 사진, 동영상등의 교육 보조자료들이 들어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이 디지털 교과서 안에 들어있는 동영상, 가상현실, 화상채팅 등의 수업자료를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특히 서책형 교과서와는 달리 인터넷에 연결되어 최신 교육과정을 수시로 반영하고 다양한 수업자료들을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어 학생들은 업데이트된 최신자료를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 교과서와 함께 도입된 전자칠판 역시 교실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는 주역. 배 교사는 "분필과 칠판지우개 대신 도입된 전자칠판은 전자펜이나 손을 통해서 판서를 하며 글씨에 색을 입히거나 도형을 그리는 것은 물론, 사진 및 동영상을 표시하고 그 위에 필기를 하는 등 보다 입체적인 수업이 가능하게 됐다"며 "전자칠판과 디지털 교과서를 통해 다양한 교수기법을 개발하고 응용해서 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교육콘텐츠 개발, 기술적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과목별로 교육콘텐츠의 양과 수준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다 특정과목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배 교사는 "사회과목의 경우 각 주제별로 다양한 동영상과 사진 등이 구비돼 있어 학습효과가 타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수학의 경우 숫자 채우기 등 단순한 형태에 머물러 있어 이들 과목에 대한 효과적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태블릿PC 사용시간이 늘어남에 따른 컴퓨터단말기증후군(VDT) 등 아이들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보완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학교 박영배 교장은 "이전의 교육 정보화는 학교 수업이나 방과후 활동을 위한 보조 수단의 의미가 강했지만 디지털 교과서는 교육의 본질을 변화시키는 시도다"며 "단순히 수업기자재가 아니라 학교 교실 환경 개선과 교육환경 변화 등 교실의 혁명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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