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디락스'(Goldilocks)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도 물가상승 압력이 거의 없는 이상적인 경제상황을 지칭하는 말로 냉탕도 열탕도 아닌 온탕형 경기성장 패턴을 의미하는 말이다. '골디락스'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0년대 후반이다. 당시 미국 경제는 수년간 4% 이상의 높은 성장을 달성하면서 낮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상태를 유지하는 이례적인 호황기를 누리고 있었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이를 가리켜 '골디락스'라고 표현하면서 이 용어가 자주 사용되게 되었다. 또한 영국의 파인낸셜타임지가 2004년 중국경제가 9.4%의 높은 성장을 이루면서도 물가상승이 거의 없었다며 중국경제가 골디락스에 진입하였다고 기사화하면서 이 용어가 항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골디락스는 곰 세 마리 동화에서 나온 말이다. 골디락스라는 아주 귀여운 소녀가 있었다. 어느 날 숲속에서 집 한 채를 발견하게 된다. 아빠곰, 엄마곰, 아기곰이 사는 통나무집이었다. 곰 가족이 맛있는 수프를 끓여놓고 잠시 밖으로 나간 사이 골디락스는 집 안에 들어간다. 골디락스는 큰 접시, 중간 접시, 작은 접시에 담긴 수프를 보고 맛을 봤다. 큰 접시의 수프는 너무 뜨거웠고, 중간 접시의 수프는 너무 차가웠다. 작은 접시에 담긴 수프는 딱 먹기 좋았다. 그래서 이 접시에 있는 수프를 모두 먹어 치웠다. 골디락스는 아빠곰, 엄마곰, 아기곰의 물건들을 차례대로 비교해 보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을 선택했다. 결국 골디락스는 곰이 끓인 세 가지의 수프 가운데 적당한 것을 선택했다. 여기서 나온 '골디락스 경제'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으면서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은 상태'를 뜻한다.
실제로 최근 국내외 경기지표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물가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경기가 너무 호황을 보이면(뜨거운 수프)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생긴다. 경기가 오랫동안 침체되거나 제자리걸음이면(차가우면) 물가는 안정될지 몰라도 실업자가 늘어날 수 있다. 그런데 골디락스 경제에서는 인플레이션도, 실업도 걱정할 필요 없는 '가장 좋은 상태'가 된다. 성장하면서도 물가 안정으로 국민들의 삶의 여건이 호전되고,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다 놓치는 게 아니라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잡는 상태가 골디락스 경제다.
우리가 아는 일상적인 생활경제에서도 골디락스는 꽤 널리 이용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판촉시 활용하는 '골디락스 가격'(Goldilocks Pricing)이라 불리는 마케팅 전략이다. 가격이 아주 비싼 상품과 싼 상품, 중간 가격의 상품을 함께 진열해 중간 가격의 상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보다는 평균값에 가까운 물건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즉, 소비자들은 너무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중간 가격으로 몰리는 심리를 이용한 판촉기법이다. 예를 들면 대형마트의 와인 진열대에 병당 3만원 내외의 중가 와인과 더불어 병당 10만원 이상의 고가 와인과 1만원 이하의 저가 와인을 함께 진열하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것은 고가의 와인을 판매할 의도보다는 중간 가격의 와인을 많이 팔리게 하려는 전략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골디락스 가격과 함께 의류와 화장품 등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는 것이 중저가 브랜드의 약진이다. 골디락스 소비자는 이것저것 따져보고 비교해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현명한 소비자다.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소비자가 골디락스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정상만(대구은행 성서공단영업부 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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