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6·2지방선거 대구경북 공천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대구 수성구청장과 경산시장, 달서6선거구 대구시의원 후보 등 몇곳만 남았다. 공천 결과만 놓고 보면 공천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 당협위원장(국회의원)의 정치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는 풀이다. 공천 경험이 없는 초선 의원 대부분과 재선 의원 다수는 "뭔가 부족하다. 어설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다선 의원들은 잡음 없이 뜻대로 공천한 경우가 많다.
◆땀 흘렸던 초선 의원=중앙당 공천심사위원인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병)은 "전국적으로 명성을 높였지만 정작 자신의 지역구 공천에서 땀을 뺐다"는 얘기가 나온다. 광역의원 공천 문제로 시당 외부 공심위원 2명이 중도 사퇴한 것이 조 의원 지역구 공천에서 비롯됐다. 4일 현재 대구시의원 공천자를 결정하지 못한 달서6선거구도 조 의원 지역구다.
강석호 의원(영양·영덕·봉화·울진)은 영양군수 공천 문제로 전국적인 입방아에 올랐다. 공천 내정됐던 권영택 영양군수가 뇌물수수 혐의로 감사원으로부터 수사 의뢰되자 중앙당이 부랴부랴 권 군수 공천을 철회했다. 당의 '도덕성'에 상처를 입혔다. 영양군수는 무공천했다. 집권 여당이 대구경북 단체장을 무공천한 첫 사례다.
이한성 의원(문경·예천)은 '정치적 위협을 받는 위기'에 몰리고 있다. 신현국 문경시장 공천을 배제하려 무리수를 둬 구설수에 올랐고, 그 후폭풍이 숙지지 않고 있다.
◆재선도 별수 없었다=재선인 주호영 특임장관과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국정 때문에 공천에 신경을 쓸 겨를이 부족한 탓인지 공천 잡음을 남겼다. 막판까지 공천자를 결정하지 못한 수성구청장과 경산시장이 공교롭게 이들 두 장관의 지역구다.
친이계인 주 장관은 특히 친박계인 김형렬 수성구청장의 공천이 이러저리 뒤집히면서 오해까지 사고 있다. 친이계 장관의 입김으로 중앙당 최고위원회의가 공천 내정을 번복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최병국 경산시장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최 장관도 박한 평가를 받고 있다. 선거법을 위반해 벌금형을 받은 최 시장을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대항마로 선택한 윤영조 전 경산시장 또한 공천헌금 전력이 있어 중앙당으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공천심사위원장인 서상기 대구시당위원장의 정치력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편치않은 관계인 김충환 전 대구시의원을 북구청장 공천에서 배제했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구청장 후보를 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칭찬받는 초·재선들=초선임에도 불구하고 이철우 의원(김천)은 '모범'이 됐다. 전국 최초로 지역구에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를 구성, 공천권을 주민에게 돌려준 것이 높이 평가받았다. 이 때문에 자신의 사무국장도 기초의원 공천에서 탈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재선인 이명규 의원(대구 북갑)도 '모조리 경선'이라는 규정을 적용해 잠잠했던 선거 분위기를 살리는 데 일조했다. 이 지역에서는 "경선은 아름답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이 의원은 반대파를 끌어안으면서 '경선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후문이다.
고교 동기인 동구의 주성영·유승민 의원도 일찌감치 불필요한 잡음을 차단, 정치력을 평가받고 있다. 다만 구청장과 광역의원 4명 모두를 재공천해 '개혁 공천' 부문에서 큰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다선도 평가 엇갈려=공천 잡음이 일지 않은 지역 대부분은 3선 이상 의원들이 자리 잡고 있다. 포항의 이병석·이상득 의원과 대구 달서구의 박종근 의원 등은 무난한 공천을 했다는 평가다. 박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자신을 지원하지 않은 인사는 아예 공천 신청조차 하지 못하도록 교통정리했다는 후문이다.
6선으로 최다선인 홍사덕 의원(대구 서구)도 서구청장 공천자를 정책토론회 등을 거쳐 선정해 '참신한 시도'란 평가를 얻었다.
그러나 3선의 이인기 의원(고령·성주·칠곡)은 마지막까지 공천심사위의 애를 먹인 케이스. 여론조사 등위가 낮은 후보를 칠곡군수 후보로 밀어붙여 잡음을 낳았다. 이 의원은 공천 심사 직후 공심위원장 앞으로 화분을 보내,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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