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둑돌' 대신 '야구공' 던져요…프로기사 야구팀 '棋'

야구 시즌이다. 추신수(클리블랜드)와 김태균(롯데 마린스)이 미국과 일본에서 펄펄 날고 있고 국내 프로야구 8개 구단 선수들도 그라운드에서 멋진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조용한 선비'들만 있을 것 같은 바둑 동네에도 야구팀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야구단 명칭은 한자의 '바둑 기(棋)'자를 팀명으로 한 '기(棋)'팀이다. 초창기에는 바둑 전문 인터넷사이트에서 팬 공모를 받아 '흑백 스톤즈'라고 불리기도 했다. 2005년 8월 창단된 '기(棋)'팀은 초대 감독 양건 8단에 이어 경희대 야구 감독을 지낸 강진규씨가 본격적으로 팀을 정비했고 현재는 구명준 감독이 팀을 맡고 있다. 상무팀 포수 출신인 구 감독은 현재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 중인 홍성흔 선수 동기이기도 하다.

마운드는 이현욱 7단과 한종진 8단이 '원투 펀치'를 맡고 있고 김영삼·양건·한종진 8단이 클린업 트리오를, 최철한·윤현석 9단, 박병규·백홍석 7단, 박승철·이용찬·홍장식 6단 등이 주축 선수를 이루고 있으며 대구 출신 '사이버오로'의 곽민호 부사장이 구단주를 맡고 있다.

2007년부터 연예인리그에 참가한 '기(棋)'팀은 지난해 10개 팀 중 8위에 올랐다. 연습은 거의 하지 않고 오로지 실전을 통해 기량 향상을 꾀한다고 하니 어쩌면 꼴찌를 면한 것만도 상당한 성과(?)일지 모른다. 올해는 12개 팀이 참가하는 리그에서 지난해보다 나은 성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팀 창단 초창기에는 이창호 9단도 선수로 활약했지만 경기 중 1루에 전력 질주하다 다리에 쥐가 난(전문 용어로는 '햄스트링 부상'이라고 함) 이후로는 야구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프로바둑 기사들이 바둑돌 대신 야구공을 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2루수를 맡고 있는 윤현석 9단은 "일단 야구는 재미있다. 그리고 단체종목인 만큼 선배와 후배간 단합에도 좋아 선후배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자꾸 그라운드로 향하는 것 같다"고 야구 예찬론을 편다. 윤현석 9단은 뉴욕 양키스의 박찬호 선수와 인상이 비슷해 '반상의 박찬호'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윤 9단도 도루를 시도하다 담이 들어 생전 처음 방송 녹화를 펑크 낸 적이 있다고.

지난 4월 프로기사들의 예선 대국 폭주로 인해 연예인리그 개막전을 연기한 '기(棋)'팀은 5월 중(미정) 2010년 시즌 첫 경기를 벌일 예정이다. 한편 올해 처음 참가한 야코리그에서는 2전 전승을 거두며 12개 팀 가운데 1위를 질주 중이다.

보다 많은 '기(棋)'팀 관련 소식을 접하려면 '기(棋)'팀의 총무 이현욱 7단이 관리하는 블로그(http://cafe.naver.com/kibaseball)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따끈따끈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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