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원선택, 소문보다는 학습 수준·능력에 맞췄나요

중간고사로 잠시 학원을 쉬었던 학생들이 시험이 끝나면서 다시 학원으로 돌아가고 있다. 상당수의 학생과 학부모는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가지고 학원에 가는 것이 아니고 남들이 가니까 따라가거나 집에서 혼자 공부하면 불안하기 때문에 학원에 가는 경향이 있다. 학원은 잘 활용하면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생활의 활력을 빼앗기고 학습의욕이 꺾일 수 있다. 지금쯤 학원 수강을 다시 정리해 보고 새롭게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학원을 안 다녀도 된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학습지도나 입시와 관계되는 학원은 대부분이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학원의 필요성은 엄연한 현실이다. 학원은 학원대로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급이 있다는 입장이다. 학원 종사자들은 학원도 법적으로 보장된 사회 교육기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무수한 정보와 주장이 범람하는 정보화 시대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는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와 안목을 가져야 한다. 특히 어린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학원 선택은 장래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잘못된 학원 선택은 창의력을 말살하거나 경직된 사고방식을 갖게 하거나 수동적인 생활 습관을 갖게 하여 결국에 가서는 지적인 홀로서기를 할 수 없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명한 학원 선택을 위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본다.

◆ 종합반과 패키지 강좌

중학생을 상대로 하는 강좌 중에 전 과목을 묶어 학교처럼 가르치는 종합반이 있다. 고등부에도 종합반이 있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다. 이런 종합반은 기초실력이 부족하고 스스로 시간 관리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선호한다. 여러 과목을 묶어서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자신 있는 과목이라도 같이 신청을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고등부에서 여러 과목을 묶어서 강의할 경우 대개 일주일에 한두 번밖에 강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수박 겉핥기식으로 실속이 없고 깊이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고등부의 경우 전혀 감을 못 잡는 학생은 패키지 강의를 들으며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고득점을 목표로 할 경우 취약한 과목을 한 과목씩 단계적으로 수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파르타식과 아테네식

스파르타식 지도 방법을 선호하는 학원은 수강생들의 학습관리와 생활관리를 철저하고 빈틈없이 한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계획한 만큼 반드시 성취하게 하는 다시 말해 완전학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부모의 양해하에 심지어 체벌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학원은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와 결과를 보여줄 수 있어 많은 학부모가 선호한다. 그러나 최대의 문제점은 모든 학습활동이 타율적이고 강압적이기 때문에 지적인 홀로서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학습과 생활면에서 수동적인 습관을 갖게 할 위험이 있다. 또한 실질적인 생산성보다는 형식과 겉치레에 치중할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도 이런 유형의 학원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부정적인 요소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도 이런 지도 방법 때문에 공부에 염증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테네식 학원은 가능한 한 학생이 자발적으로 공부하도록 유도한다. 상위권 학생들이 이런 학원을 선호한다. 그러나 자칫하면 학원과 학생 모두가 나태함에 빠져들 위험이 있다. 구체적인 학습 목표를 따라가면서도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을 때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공부하는 습관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은 학생에겐 별로 효과가 없을 수도 있으므로 학생 자신과 학부모는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생활을 자율적으로 이끌어 가기란 힘들다. 그렇다고 매사를 타율적인 강요로 하게 할 수도 없다. 청소년기에는 타율적 강제와 자발성이 동시에 작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학원도 이 두 요소를 잘 조화시키는 곳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그룹지도와 개인지도

많은 학원들이 소수정예를 표방하고 있다. 맨투맨 식으로 철저하게 지도해 준다는 것이다. 강의 내용과 학생관리는 다수를 상대로 하는 강의와 별 차이가 없으면서 수강료만 비싼 것이 문제다. 상당수의 학원이 강의의 질적인 차이는 없으면서 단순히 수지 타산을 맞추기 위해 그룹지도와 개인지도반을 만들어 고가의 수강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학생과 학부모는 그 차이점을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학원 종사자들 자신도 고가의 개인지도가 그만큼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정상적인 수강료를 받으면서도 알찬 강의를 하는 학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지도로 피해를 입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예상외로 많다. 개인지도는 고액 과외가 많기 때문에 피해를 입고도 공개적으로 하소연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아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브로커를 동원해 허위 과대 선전을 하는 사람들을 주의해야 하며 지역의 유명 인사나 여러 학교의 우수 학생을 들먹이며 자기가 지도했다고 과시하는 사람도 경계해야 한다. 적중률이 높다거나 자신이 족집게라고 하는 사람들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개인 과외는 자칫하면 학생과 선생이 같이 나태해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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