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미연(28·대구 북구 칠성동)씨는 독신생활을 즐기는 여성이다. 경산에 부모님이 살고계시지만 직장이 가까운 곳에 따로 방을 얻은 것. 저녁 약속이 없는 날이면 김씨는 퇴근길에 식품 매장에 들러 한 사람만 먹을 수 있도록 소량 포장된 채소와 생선, 한우고기를 구입한다. 집에 도착한 김씨는 2인용 미니 전기밥솥에 혼자 먹을 분량의 밥을 지어 저녁을 해결하고, 1ℓ짜리 미니 주전자를 이용해 커피를 끓여 마시며 노트북으로 최신 영화를 감상한다. 전날 밀린 빨래는 7㎏ 미니세탁기를 이용해 자동건조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해결한다. 싱글 침대에서 잠이 든 김씨는 다음날 아침 일찍 미니오븐과 미니믹서를 이용해 아침을 해결하고 연말 보너스로 구입한 최신형 DSLR카메라를 챙겨 집을 나선다. 이 같은 김씨의 일상은 이젠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혼자살더라도 전혀 불편하지 않게 다양한 싱글 상품들이 선보인 까닭이다.
◆싱글족이 대세
1980년대에는 38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가 채 안 됐던 1인가구는 만혼(晩婚)과 이혼 증가 등의 영향으로 폭발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 226만가구(전체 인구의 15.6%)에서 2010년에는 350만가구(전체 인구의 20.3%)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다섯 가구 중 한 가구 이상이 '나홀로 가구'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처럼 '나홀로 가구'가 증가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김씨처럼 혼자 지내는 싱글 소비자들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싱글들이 유통업계의 새로운 마케팅 대상으로 관심을 모으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싱글들은 대부분 안정된 직장을 가져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라는 점. 여기에다 이들은 자기 자신을 가꾸거나 인생을 즐기기 위해 선뜻 지갑을 여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싱글 직장여성들 가운데 요가나 재즈댄스, 필라테스 등의 운동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자기 관리에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는 게 유통업계 마케팅 담당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게다가 싱글들은 주변인들의 관심사와 유행하는 브랜드 등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 유통업계에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계획적인 소비를 할 수밖에 없는 기혼들에 비해 싱글들은 호기심에 따라 즉흥적으로 구매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
◆소포장 식품 봇물
싱글족들이 '먹고살기 편해졌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는 바로 소포장 상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싱글로 산 지 12년째라는 김가희(32·대구 달서구 호림동)씨는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만 해도 묶음 판매하거나 포장 단위가 큰 식품이 많이 해 먹는 것보다 버리는 음식량이 더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소포장이 늘어나 고기, 케이크, 채소, 과일 등 모든 식품을 원하는대로 적당한 분량만큼 구매해 먹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홈플러스는 올 3월 말 싱글족들을 위해 기존 용량에 비해 30~50% 축소한 소용량 상품 '홈플러스 싱글팩' 17종을 내놨다. 특히 '혼자 고기 먹기'는 싱글족들이 가장 불편을 느끼는 점 중 하나라는 사실에 착안해 육류 제품의 용량을 줄였다. 소용량 제품에는 '싱글팩' 전용 로고가 포장 겉면에 부착돼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조만간 싱글팩 전용 코너를 별도로 마련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찌개류, 탕류 등으로 상품 구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휴대가 편한 소용량 페트 음료와 2~4개 들이 쿠키, 65g짜리 소용량 컵라면, 소포장 김치는 이미 대중화됐고 고추장·참기름 등도 1천원 안팎 가격의 소용량 제품의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나홀로족 가전도
싱글족들을 위한 가전제품도 다양해졌다. 두 사람만 먹을 수 있는 분량의 밥을 지을수 있게 출시된 전기밥솥을 비롯해 방 1칸에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미니공기청정기, 그리고 작게 만든 믹서·오븐·무선주전자 등이 눈에 띈다. 여가선용에 많이 이용되는 DSLR카메라와 DVD 등의 상품도 경제력 있는 싱글 소비자들을 겨냥해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품목으로 꼽힌다. 롯데백화점 대구점과 상인점의 미니가전제품의 매출은 올 1월부터 4월 말까지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최고 70%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는 솔로들이 늘면서 미니믹서는 지난해 판매량의 2배(100% 신장)에 이르는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고, DSLR이나 DVD등의 상품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이 5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한승훈 판촉매니저는 "싱글들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는 싱글들의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성향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 집에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고 주관이 강한 특성을 참조해 섬세함과 배려를 잊지 않는다"고 밝히며 "시간이 흐를수록 싱글들이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차 커질 것이며 이들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관심은 그만큼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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