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람들이 속담처럼 쓰는 말에 '원숭이 앞에서 닭 목을 친다'는 말이 있다. 원숭이가 보는 앞에서 닭의 목을 쳐 피가 뿜어져 나오는 걸 보여 주면 원숭이들이 저절로 겁에 질려 벌벌 떨게 된다는 뜻이다.
일벌백계(一罰百戒), '본때'를 보인다는 얘기다. 부패한 고관대작들을 예외 없이 처단해 보이면 나머지 하급관리나 군벌, 기업가들은 따로 손댈 필요 없이 저절로 기강이 선다는 얘기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신(新)중국 근대화 과정에서 장관급인 성장(省長)급들만 480여 명을 처형했다는 얘기도 원숭이들 앞에서 닭(부패 권력자)의 목을 친 경우다. 며칠 전에도 산둥성의 전력(電力)사무소 간부가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 때 주민 700여 명에게 만장을 들고 참석하도록 했다는, 죄 같잖은 죄목으로 두 형제가 동시에 파면됐다. 크든 작든 부패, 비리 고위직 정치 권력자를 예외 없이 처단해 보임으로써 전체의 기강과 사회 정의를 굳혀 나가는 통치법이다.
중국 도시들의 길거리 통행 질서가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이지만 풀어져 있는 듯한 무질서 속에도 긴요한 대원칙은 우리보다 훨씬 더 명확하고 강력하게 지켜진다. 음주운전 하나만 해도 중국은 무조건 알코올 성분이 나오기만 해도 즉각 다시 면허증을 따는 학습을 받아야 한다. 그처럼 돈 많은 상류계층 자가용족에 대해 닭 목을 치듯 강하게 응징함으로써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서민들에게는 평등한 법의 권위와 준법의식을 저절로 일깨운다.
현금영수증을 끊고 받아 챙기라는 탈세 방지 캠페인도 말로만 떠들거나 부자들이 드나드는 대형 식당 등에만 치우치지 않는다.
뒷골목 구멍가게의 단돈 10위안(2천 원)짜리 영수증도 뒷면에는 긁으면 당첨이 되는 즉석복권을 인쇄시켜 억지로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영수증을 챙기도록 유도하는 방법으로 세금이 새는 것을 막는다. 합리적 법제도와 체제로 본보기를 보인 뒤 지켜야 할 것은 철저히 요구하는 시스템으로 사회 분위기를 끌고 가는 것이다.
뜬금없이 원숭이 앞에서 닭 목을 치는 중국 속담을 꺼낸 것은 모레 2일 치르게 될 선거를 생각해서다. 결례가 될지 모르나 지난날 수없이 치렀던 선거에서 이 땅의 일부 유권자들은 부끄럽지만 열 번을 쳐도 모자랄 부패한 닭들의 목을 계속 붙여 준 잘못된 관용을 보여 왔었다.
목이 달아나야 마땅했던 닭들은 닭장(감옥)에 갇혔다가도 잠시 시간이 흐르고 나면 또다시 볏을 세운 채 날갯짓을 하며 등장했고 주인(유권자)은 다시 모이를 줘 가며 판을 벌여 주었다.
몇백 년 전의 일도 아니다. 지역족벌, 부패, 축재, 거짓말로 위장한 권력자들에게 쉽게쉽게 권력을 쥐여주고 똑 부러지게 목을 쳐 보지는 못했었다. 그런 관행 속에 갖가지 부정부패, 축재 의혹에도 목을 붙였던 큰 닭들이 사라지자 이번엔 그 권력 밑에서 부패하고 감옥까지 갔던 몇몇 작은 '닭'들 (비유컨대)이 다시 선거판에서 기(氣)를 부리고 있다.
개중엔 지난 좌파정권 측근 실세 시절 뇌물을 먹고 감옥 갔던 부류들까지 3년도 채 안 돼 장(長)이 되겠다고 나서 있다. 더 아래쪽에서는 비리와 부패 전과를 가진 자들까지 장삼이사(張三李四), 너도나도 거리의 벽보판을 어지럽히고 있다.
멀쩡한 닭을 보고 겁을 잊은 원숭이들 같다고나 할까. 하기야 파렴치한 짓을 하고 감옥엘 가도 금세 돌아서면 또 한자리 시켜 주는데 마다할 사람이 있을 리 없다. 죄지은 닭의 목이 멀쩡한 걸 보면서 지레 겁먹고 움츠려 염치 차릴 원숭이도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이번 선거만은 반드시 민심을 우습게 아는 부패했던 '닭'들의 목을 쳐야 한다. 또다시 '제까짓 게 무슨 후보'라며 코웃음만 치고 투표에 기권하면 이번 선거판도 또다시 몇몇 염치없고 부패한 '닭과 원숭이들'의 잔치판이 된다.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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