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2시 대구 앞산공원관리사무소 앞. 관리사무소가 마련한 '숲 해설 프로그램'에 신청한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6명의 아이들 손에는 부엌에서나 쓸 법한 뜰채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아이들은 뜰채를 모자처럼 머리에 덮어쓰곤 장난을 치면서 큰골 쪽 계곡으로 10여 분 걸어 올라갔다.
이날 수업을 담당한 숲 해설가 이은숙(58·여) 씨는 "아이들이 직접 물속 생물을 잡아 관찰할 수 있도록 뜰채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잡았다!. 잡았다!." 곧이어 아이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졌다. 아이들은 뜰채로 물속을 휘휘 저어 다양한 수중 생물을 건져냈다. 아직 덜 자라 뒷다리만 나온 개구리, 물장군과 꽃등에, 옆새우와 도롱뇽, 가재 등 백과사전 속에서나 봤던 생물들이 튀어나왔고 이씨의 설명이 뒤따랐다. 숨을 죽이고 가재를 바라보던 이우림(7) 양은 "책에서 봤던 것을 직접 보니까 너무 신기하고 좋다"며 활짝 웃었다.
대구 시민의 쉼터로 사랑받고 있는 앞산·팔공산의 '숲 해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도심 속에서 숲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녹색 체험'에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숲 해설 프로그램은 대구수목원에서 교육받은 숲 해설가가 산을 찾은 시민들에게 나무와 산, 그리고 그 곳에 사는 생물에 대해 설명해준다. 현재 대구에서 숲 해설가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모두 4곳. 앞산·팔공산·두류공원·대구수목원에 숲 해설가 15명이 흩어져 숲 이야기를 들려준다. 수서곤충, 나비 등 한 달마다 주제를 정해 어린이를 위한 체험형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해 더욱 인기다.
앞산공원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2010년 상반기 프로그램 참가자는 1천941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600명에 비해 3배 넘게 급증했다. 한 관계자는 "참가자가 너무 늘어 숲 해설가 5명으론 감당하기 벅찰 정도"라고 말했다.
팔공산의 숲 해설 프로그램 인기도 뜨겁다. 지난해 상반기엔 294명이 참가했지만 올해 경우 1/4분기에만 256명이 다녀갔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숲 해설 프로그램에 대해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이날 자녀와 함께 앞산을 찾은 김은희(33·여·수성구 범물동) 씨는 "예전에는 아이가 곤충을 보면 징그러워했는데 이제는 거리낌 없이 잘 만진다"며 "아이가 자연과 친해지는 모습을 보니 참 뿌듯하다"고 말했다.
팔공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탑골~깔딱 고개 코스에서 진행되는 '숲은 내 친구'다. 나무와 함께 체조하기, 동물 카드 게임 등을 통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매력이다.
팔공산의 숲 해설가 박영래(47·여) 씨는 "숲을 느끼고 공부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며 "그냥 지나쳤던 나무나 산에 얽힌 역사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팔공산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등산을 하다 현장에서 바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도 있어 더욱 반응이 좋다"며 "다만 사전에 예약해두면 필요한 준비물까지 미리 챙길 수 있어 보다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 문의 앞산(http://www.daegu.go.kr/apsanpark, 053-625-0967)·팔공산(http://www.daegu.go.kr/Palgongpark, 053-982-0005)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황수영 인턴기자 swimming@msnet.co.kr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앞산, 팔공산 숲 해설 프로그램 참가자 수
----------------------------------------------------------
구분 ㅣ 2009년 상반기 ㅣ 2009년 하반기 ㅣ 2010년 상반기
-----------------------------------------------------------
앞산 ㅣ 600명 ㅣ 1천212명 ㅣ 1천941명
-----------------------------------------------------------
팔공산 ㅣ 294명 ㅣ 370명 ㅣ 256명(1~3월)
-----------------------------------------------------------
(자료:앞산·팔공산 공원관리사무소)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