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4계절 옥상 정원 15년 대구 범어동 김영종 할머니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꽃과 함께 하니 더위도 세월도 멈춘 듯

폭염이다. 살이 익고 숨이 막힐 것 같은 더위다. 회색의 도심은 줄지어 선 가로수로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제은빌딩엔 무더위를 달래줄 싱그러운 푸르름이 있다.

5층 건물 맨 꼭대기 베란다 30여 평에 50여 종의 각종 식물이 싱그러운 자태로 손님을 맞는다. 15년 가까이 옥상 정원을 가꾸어 온 이곳 주인 김영종(79) 할머니는 사계절 내내 꽃과 식물들을 친구하며 살아서인지 20년은 더 젊어 보인다.

거실에 앉아 선풍기만 틀어 놓고 앉으면 아름다운 휴양지에 온 듯하다.

김 할머니가 신명여고 시절 학교주변에 있던 선교사 댁에 예쁜 꽃들이 많아 구경을 즐겨했을 때부터 간직한 꿈을 이루어낸 것이다.

1년 내내 꽃을 피우며 번식력이 강한 베고니아를 가장 좋아한다는 김 할머니는 "매일 아침 물주기부터 마른 잎 뜯어주기 등 꽃을 돌보느라 잠시도 앉아 있을 틈이 없을 정도로 이 일이 즐겁다"며 "꽃과 이야기를 하니 때론 친구 같고, 때론 자식 같아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걱정이 되기도 해요"라고 말한다.

가랑코에, 사랑초, 일일초, 산호초, 소나무, 귤나무, 포도나무, 스킨답스 등 들어도 금방 잊어버리는 생소한 식물들. 하지만 김 할머니는 어느 것을 물어봐도 이름을 줄줄 외고 있다. 식물들을 더 잘 가꾸기 위해 대학교에서 개설한 강좌까지 들을 정도로 정성을 기울이고 가꾸어 왔음의 반증인 듯하다. 자식 같고 친구 같은 식물들 이름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 금새 고개가 끄덕여진다.

또 다른 공간엔 야채를 심어 수확의 즐거움을 맛보고 분수대까지 만들어 물소리를 들으니 이것이 바로 도심 속 전원생활이 아닐까.

김 할머니는 예쁜 꽃을 혼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며 친구들 모임 때 작은 화분을 하나씩 건네주기도 한다. 꽃을 사랑하는 고운 마음으로 '와이즈맨 알파클럽'의 일원이 돼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사랑하면 늙지 않는다고 했던가. 꽃을 사랑하고 가꾸며 봉사하는 삶을 살다보니 김 할머니의 몸과 마음의 노화시계가 멈춰버린 것은 아닐까.

최유선 시민기자 yousun@hnamail.net

멘토:김대호 기자 dhkim@msnet.co.kr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며 대구의 '첫 여성 단체장'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구의 경제적 문제를 해...
이달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어서며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중동 전쟁의 여파로 원화가치가 급락하고 있어 1,500...
경기 남양주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40대 남성 A씨가 의식 불명 상태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이 지연되고 있으며, A씨는 범행 후 전자발찌...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폭격으로 중동 전쟁이 발발한 가운데,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살해하겠다고 공언했으..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