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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못사는데 가축인들 견디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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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고통 겪는 주민들…외지 자녀 방문도 막아

"소, 돼지 한번 키워보는 게 소원이야."

김해공항은 5분에 한 대꼴로 비행기가 굉음을 뿌리며 내려앉는다.

공항 인근에 사는 김영진(64) 씨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말을 이어갔다. 40년간 비행기 소음에 절어 살면서 귀가 멀다시피 했다.

"오른쪽 다리가 불편해 한 손은 목발을 잡아야 해서 귀 막기가 어려웠어."

할아버지는 부산시 강서구 대저2동 월포마을 토박이다. 대대로 이곳에서 논과 밭은 일구며 살아오고 있다.

"마당에는 닭들이 모이를 쪼고, 우사에는 소가 여물을 씹고, 돼지우리에는 꿀꿀대는 돼지 소리를 듣고 사는 게 꿈이었지." 그러나 할아버지의 꿈은 40여 년 전 비행장이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무산됐다.

"짐승을 키우려 해도 비행기 소음 때문에 새끼를 칠 수가 있어야지."

가축이 좋아 손수 콘크리트 반죽을 해 마당 한쪽에 지어 놓은 축사는 수십 년째 방치돼 있다.

"사람도 비행기가 오면 경기를 하는데 말 못하는 짐승이야 말하면 뭐해."

김 씨는 혹시나 해서 여러 차례 돼지를 사서 키워봤지만 곧장 팔고야 말았다.

부인 이성화(56) 씨도 가는귀가 먹었다. "아직 귀가 먹을 나이는 아닌데 여편네도 보청기를 달고 산다니까."

김 씨는 얼마 전부터 '금기 사항'을 하나 추가했다. 떨어져 사는 아들 부부가 일절 걸음을 하지 못하도록 못박았다. 며느리가 태기가 있기 때문이다. 결혼하자마자 아들을 분가시킨 것도 같은 이유다. "손자한테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싶어. 내가 가면 갔지 절대 오지 못하게 해."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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