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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원태의 시와 함께] 다림질을 하면서/ 이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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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진 모직원피스를 다리면서

할부금 갚듯 하루치의 우울을 지운다

다리미질 할 때마다 지워지는 주름살들

눌러 붙은 밥풀을 떼는 일도

얼룩을 두려워하는 질긴 희망이다

실꾸리를 풀어놓은 늦은 가을의 여명

여름 내내 젖어 있던 문짝들이 말라가고

나도 말라가고 있다

예전에 잃어버린 신발은 지금

강의 어디쯤 떠내려가고 있을까

신발을 잃어버린 나만 여기 남아

가보지 못한 강가에서 자란

씀바귀, 여뀌 풀 꿈속에서

해거름까지 서성이다 돌아온다

가끔 모직원피스를 태워먹으면서 말이다

다림질을 하는 일이 "여름 내내 젖어 있던 문짝들이 말라가"듯, '말라가는'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군요. "할부금 갚듯 하루치의 우울을 지우"는 일이기도 하고요. 이렇듯 다림질은 우리들 마음의 '주름살들'을 문질러 펴는 일이자, 생의 얼룩을 지워 나가는 '질긴 희망'을 연습하는 일이라 하시니, 생활에 밴 지혜를 또 한 수 배웁니다.

한 가지 더, 다림질은 생활의 명상이자 추억여행이기도 하군요. 시인은 다림질을 하면서, 유년시절에 강물에 떠내려 보내 잃어버린 신발의 행방을 반추하고, 씀바귀며 여뀌 풀들의 강변으로 시간여행 같은 마음산책까지 하신다 하니, 그 경지가 새삼 그윽합니다. 이쯤 되면 가끔씩 태워먹는 모직원피스는 '생활의 달인'의 애교스런 실수에 지나지 않을 듯합니다.

가령 휴일 오후 같은 때, 집사람이 빨래 걷어 다림질을 시작할라치면, 나도 일단 다리미부터 뺏어들고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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