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1월 제정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제30조(조세제도 운영)는 탄소세 도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더불어 정부가 "에너지세제 강화 차원에서 탄소세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탄소세 도입을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스럽다.
탄소세란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세제로, 에너지의 소비와 제품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에 t당 부과하는 세금을 말하는데 일종의 물품세를 의미한다. 이러한 세제는 탄소배출 저감정책 중 비교적 도입이 쉬우면서 그 효과는 크고 세수입을 환경투자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도입할 경우, 현행 세제와 별도로 세목을 신설해 국민들의 세(稅)부담을 가중하게 된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기대효과는 있지만 국제경쟁력이 저하되는 산업을 중심으로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세계는 1992년 리우 회담 이래, OECD 국가를 중심으로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산업발전과 환경문제 해결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는가 하면 지속가능한 성장잠재력 확충 모색과 자연생태 보존의 환경친화적 정책으로 그 기조를 재편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탄소세 도입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그에 해당한다.
현재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녹색 성장이란 환경을 살리면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경제와 환경을 상충적 관계로 인식하고 상호 분리하여 추진해 온 것을, 이제는 환경과 경제성장의 시너지효과 차원에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정책이 통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탄소세 역시 친환경적 요인과 경제규모적 측면을 고려해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경제성장의 위축과 도입의 절차, 조세 저항, 국제적 보조, 국민적 함의 등을 감안하여 어떤 방법이 최적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당장 우려되는 점은 경제성장이 둔화되며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 관련업종에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이며 저(低)탄소 집약적 산업구조의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도입하면 제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경제전반에 확산될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반면, 긍정적 견해는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여 기후변화를 막고 국제적 유가 투기로 경제기반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나아가 석유를 둘러싼 전쟁을 억제하고 에너지의 과소비와 낭비를 막아 경제 안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탄소세 저항을 방지하거나 줄이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낮은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먼저 적용하고 기업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법인세 경감, 각종 환경부담금 통합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생계형사업자에 대한 유가보조금제도, 에너지바우처제도, 그리고 다양한 에너지 복지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산업의 국가경쟁력 약화에 대응할 수 있는 특정경제행위의 권장, 제품에 대한 환급, 면세, 저(低)세율 등을 반드시 정책에 반영하고 환경 친화적 세제인 만큼 소득재분배의 효과를 고려한 조세중립적인 토대 위에서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모름지기 새로운 세제를 도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형평성과 합목적성이다. 탄소세 도입으로 조세저항, 조세회피, 생산성 감소 등을 예방하거나 해소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기업에 대해 범국가적 차원의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 주도로 정책을 검토하고 그 대안을 찾는 배타적 형태 역시 시대적으로 맞지 않다.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에 대해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정부의 설득력 있는 대국민 홍보, 나아가 합당한 프로그램 개발, 시행 시기를 적절히 맞추어 나아가는 것이 탄소세 도입을 위한 최적의 해답이 될 것이다.
김영오(영남외국어대학 교수'행정학박사)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