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뵌 조옥화(88) 할머니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안동부인회장과 평통자문위원, 여성라이온즈클럽 회장, 여성유림회장, 우리음식연구회장, 제33대 신사임당 등 그동안 안동에서 조 할머니가 맡은 직함은 수십 가지나 된다. 안동소주 명성만큼이나 지역 사회활동도 왕성하게 한 남다른 이력이다.
조 할머니의 안동소주 빚기는 이렇다. 먼저 콩알만하게 잘게 부순 마른 누룩 부스러기를 하룻밤 새벽 이슬을 맞혀 눅눅하게 녹여둔다. 이유는 누룩냄새를 없애기 위해서다. 이후 누룩 부스러기와 식힌 고두밥을 손으로 버무려 '전술 만들기'에 들어간다. 이를 적당한 온도를 맞춰 보름간 발효시키면 자연스러운 알코올 발효가 진행돼 노르스름한 전술이 된다. 일반 발효주의 밑술에 해당한다. 감칠맛이 나는 이 전술을 가마솥에 얹은 소줏고리에 넣고 고아내면 바로 안동소주가 꼭지로 흘러나온다. 이래서 안동소주는 '빚는다'는 말보다 '내린다'는 말을 더 쓴다. 소줏고리 위에 냉각기 역할을 하는 옹가지에다 냉수를 갈아 가며 고아내는 소주는 처음 나올 땐 주도 70도가 넘어 엄청 독하다. 차츰 솥에서 물도 함께 증류되면서 저절로 섞여 묽어지면서 주도가 45도쯤 되면 소줏고리 불을 끈다. 이때가 혀끝 맛으로 가장 좋은 맛과 향이 날 때다. 더 욕심내 증류하면 숙취 원인이 되는 유기 물질들도 함께 증류돼 술을 버린다고 한다. 도공이 도자기를 구워낼 때처럼 소줏고리 가마솥의 아궁이 불 조절이 중요한 것은 물론이다.
조 할머니의 안동소주 빚기는 수입 돼지감자를 원료로 알코올 100%를 몽땅 뽑아내는 주정 생산공정과 이 주정(에틸알코올)에다 맹물을 타고 감미료를 섞어 만든 일반 소주를 두고 볼 때 그 정성만큼은 감히 비교할 바가 못 된다.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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