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요" 감동받은 강도 자수

대낮에 금품을 뺏기 위해 학원에 침입한 강도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피해자에게 감동을 받아 경찰에 자수했다.

울산 중부경찰서는 13일 학원에 흉기를 들고 들어가 학원장을 다치게 하고 금품을 뺏으려 한 혐의로 A(35)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달 10일 오후 4시쯤 울산 중구에 있는 한 영어학원에 들어가 상담을 받는 척하다가 학원장 C(29·여) 씨에게 갑자기 흉기를 들이대며 강도로 돌변했다. 코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C씨는 기절한 척 바닥에 쓰러졌다가 A씨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나에게 왜 이러냐"며 A씨를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C씨는 A씨의 사연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C씨가 종교 책을 꺼내 놓자 한때 종교 생활을 했던 A씨가 지난해 이혼하고 직장 없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강도를 저지르게 된 경위를 이야기했다. 자신의 말을 들어준 것에 고마움을 느낀 A씨는 C씨에게 용서를 빌었고 이에 C씨는 찬송가가 담긴 MP3를 손에 쥐여주고 돌려보냈다.

하지만 A씨는 20분도 채 안돼 학원으로 돌아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나를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사정을 했고, C씨가 신고하지 않으려 하자 A씨는 스스로 경찰에 전화를 걸어 자수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일은 영화에도 나오지 않는 것 아니냐"며 "강도상해가 무거운 죄이지만 두 사람의 진술이 일치하고 A씨가 자수한 점을 참작해 이례적으로 불구속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울산·하태일기자 god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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