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쇠락하는 도시, 번성하는 도시] 다테시 자랑 주거서비스 '安心 하우스'

노인복지 시설로 유명한 다테시 안심하우스에서 사토 다이조 부부가 일본식 게임을 즐기고 있다.
노인복지 시설로 유명한 다테시 안심하우스에서 사토 다이조 부부가 일본식 게임을 즐기고 있다.

■다테(伊達)시는?

-홋카이도의 남서부 바닷가에 있는 소도시로, 삿포로에서 기차로 1시간 35분 걸린다.

- 인구 3만6천927명 중 65세 이상 고령자 1만818명과 지적장애인 160여 명이 함께 사는 인정이 넘치는 도시다.

- 바닷가에는 쓰시마 난류가 흐르고 뒤편에 산들이 병풍처럼 막아선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눈이 적고 기후가 따뜻하다.

- 메이지 유신에서 패배한 센다이번의 다테(伊達) 가문이 1870년 이곳으로 쫓겨와 무사들과 함께 개척을 시작한 데에서 지명이 유래했다.

◆다테시 자랑 주거서비스 '安心 하우스'

다테시가 자랑하는 노인복지 서비스인 '안심(安心)하우스'는 과연 어떤 곳일까.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진 시설이라 신문·방송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시청 직원에게 실컷 설명을 듣고 인근에 위치한 안심하우스를 찾아가니 8층짜리 작은 아파트 1개 동(35가구)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대형 아파트 단지가 즐비한 곳에 살아온 한국인의 선입견일 뿐, 아파트가 거의 없는 일본에서 이 정도 규모라면 그리 작지 않은 편이다.

1층에는 공동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과 오락을 할 수 있는 휴게실이 마련돼 있었다. 아파트 앞에는 자그마한 텃밭이 있어 노인들이 소일거리를 할 수 있게 배려했다. 이곳의 장점은 '케어매니저'라는 건강전문 상담사가 상주하면서 노인들의 건강을 세심하게 보살피는 것과 노인들이 취미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곳 관계자는 "도심에 자리 잡고 있어 입주자들이 종합병원, 은행, 행정기관 등을 쉽게 오갈 수 있고 자연스레 어울려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자랑하고 싶다"고 했다. 집 크기는 방 한 칸에 거실 겸 식당이 전부로 제법 큰 오피스텔을 연상시켰다.

노인들은 1층 휴게실에 모여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입주자 사토 다이조(佐藤泰三·86)·사토 히데(佐藤秀·84) 씨 부부는 "삿포로에서 살았는데 너무 번잡하고 힘들어 4년 전 이곳이 생기면서 입주하게 됐다"고 했다. 이들 부부는 "이곳 생활이 만족하고 편하다"며 "둘이 틈나면 휴게실에서 게임을 즐기고 사람들과 어울린다"고 했다. 그렇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돈이 많이 들어 힘들다"고 했다. 한 달 임대비가 11만엔(한화로 약 150만원)이고 세 끼 식사값도 1천600엔(한화 약 22만원)이나 된다는 것이다. 이들 부부는 "밥값이 비싸 식당은 이용하지 않고 집안에서 해결하고 있다"면서 "비싼 임대비 때문에 못 견뎌 나가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일본의 물가가 워낙 비싸기도 하지만 이 정도 가격이라면 은퇴자에게는 큰 부담이다. 다테시가 보유한 땅을 민간 주택회사에 싼값에 매각하고, 그 회사가 분양·운영을 담당하는 방식이어서 다소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디서든 은퇴자가 제대로 된 복지 서비스를 받으려면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만 새삼 확인한 셈이다.

박병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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