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주영의 스타 앤 스타] 영화 '시라노;연애조작단' 엄태웅

인간 엄태웅의 꿈? 나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요

요즘 패션이나 뷰티 관련 프로그램이 봇물 터지듯 케이블TV를 통해 생겨나고 있다. 그만큼 대중들의 관심이 높다는 얘기일 터. 하지만 그런 프로그램에서 제안하는 패션을 그대로 따라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대부분 몸이 좀 되고, 개성이 강한 사람들을 위한 경우가 많아 일반인이 무턱대고 좇으면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

그런 면에서 배우 엄태웅과 그가 영화 '시라노;연애조작단'(이하 시라노)에서 맡은 병훈이란 인물은 참 죽이 잘 맞는다. 안성맞춤도 이런 안성맞춤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옷을 잘 입었다.

#시나리오 읽었을 때부터 "'딱'이다 싶었어요"

"그렇게 보였다면 성공인 걸요.(웃음) 촬영하면서, 아니 촬영 전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딱'이다 싶었어요. 제 모습과 정말 비슷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극중 행동이나 생각하는 것 하나하나가 눈으로 읽어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저보다 김현석 감독님하고 더 닮았어요. 아니 저는 닮은 것이고, 감독님은 똑같아요."(웃음)

무엇인가와 닮았다고 하는데 저리도 신날까 싶었다. 장동건이나 원빈 등 꽃미남과 비슷하다고 한 것도 아닌데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을 짓는 것을 보면 엄태웅은 극중 병훈이 참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도대체 그를 매료시킨 병훈의 진정한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엄태웅은 "쿨한 척 하는데 우유부단하거나 소심하고, 배려하는 듯 보이지만 마음속에 꽁하며 쪼잔한 모습이 닮았다"며 "남들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어하는 속내 또한 내 모습이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연기로 표현하는 것이 매력적이었다"고 털어놨다.

'시라노'에서 엄태웅은 업무에 있어서는 프로지만 사랑은 쑥맥인 상용(최다니엘 분)이 자신의 옛 연인 희중(이민정 분)과 사랑을 키워가고 싶다고 도움을 요청해 오자 갈등하는 연애조작단의 대표 병훈을 연기했다. 전작 '선덕여왕'의 유신, '부활'의 신혁이나 '마왕'의 오수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는 180도 다른 엄태웅을 이번 영화에서 볼 수 있다. 시쳇말로 어깨에 힘이 많이 빠졌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

"'엄포스'나 '유신랑'을 했을 때는 제가 캐릭터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이해를 해 나가는 것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이해하려고 부단히 노력을 했죠. 그런데 이 작품은 운이 좋게도 너무나 제가 잘 알겠더라고요. 연기하면서도 마음속으로 가볍고 재미있었죠. 연기에 대한 결과물을 보면서도 다른 작품보다 제가 많이 들어가 있는 점도 좋았어요."

#누나 엄정화와 같은 작품 "쑥스러워요"

사실 엄태웅 하면 자연스레 따라 붙는 말이 '엄정화 동생'이다. 물론 이제 자신의 영역에서 배우 엄태웅으로서 이름이 더 앞서지만 그래도 누나라는 존재는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런 누나가 한 인터뷰에서 동생과 함께 작품에 출연하는 것을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런 제안에 대해 그의 생각을 안 들어 볼 수 없었다.

"재미는 있겠다 싶어요. 재미는 있을 텐데, 아주 쑥스러울 것 같아요. 그렇잖아요. 오누이로 나오는 것도 그렇고, 그렇다고 남남으로 나오는 것도 웃길 것 같고 말이죠. 굉장히 잘 기획된 작품이라면 모르겠지만 섣불리 도전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살짝 몸을 사리는 모습이 웃음을 번지게 했지만 곱씹어 보니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자칫 작품의 진정성보다 출연 배우의 백그라운드나 캐릭터가 화제가 돼 작품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깊은 뜻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1997년 '기막힌 사내들'로 데뷔해 벌써 14년차 배우로 충무로와 여의도를 누비고 있는 그. 그는 어떤 배우가 되길 꿈꾸고 있을까.

#드라마 '닥터챔프'도 응원해 주세요

"그동안 참 인터뷰를 많이 해왔는데요. 그럴 때마다 얘기했던 것이 '진심을 담아 연기하고 싶다' '변함없는 모습 보이고 싶다' '떨림이 없어지지 않는 배우가 될 것이다' 등의 멋스러운 말이었어요. 그런데 요새 불현듯 든 생각은 '그냥 나 자신에 대해 계속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예요. 나를 모르면서 남의 좋은 것만 보다 보니 힘들어지는 것 같은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연기하고 있는지 장단점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배우 엄태웅으로, 또 인간 엄태웅으로 살아가고 싶은 꿈입니다."

엄태웅은 스크린에 이어 이달 27일부터 SBS 새 월화드라마 '닥터챔프'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적당한 유머와 비꼬기를 섞은 촌철살인의 대가로, 선수에게는 한없이 다정다감하지만 일반인에게는 매우 냉정한 의무실장 이도욱 역을 맡았다. 14년 전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로 기대를 한몸에 받던 유망주였던 도욱은 불의의 사고로 척추 손상을 입어 하지마비에 처해 모든 것을 잃지만, 굳은 의지로 재활해 선수촌에 복귀하는 불사조 같은 인물이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이후 두 번째로 태릉선수촌에 입촌하게 됐어요.(웃음) 영화 속에서나 이번 드라마에서나 감독의 신분인 것은 비슷한데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제가 줄거리를 만들어가는 양념에 불과했다면, 이번에는 멜로와 의술이라는 전문적인 이야기가 있어 재미있을 거예요. 보고 있으면 희망이 불끈 생기는 건강한 드라마가 될테니 '닥터챔프'도 많이응원해 주세요."

#사진 찍기 즐겨 "사랑은 사진이다"

배우 조민기, 개그맨 정종철 등 사진 찍기 좋아하는 스타들이 많은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엄태웅이다. 최근에는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장에서 찍은 사진들이 인터넷에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인물 사진을 즐겨 찍는다며, 그 이유를 사람에 뒀다.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존재라면서 말이다.

"이번 영화 촬영장에서도 카메라 들고 많이 찍었는데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진과 사랑은 묘하게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게 되듯, 사진 또한 애착이 가는 무언가가 있을 때 더 예쁘게 찍으려 노력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아, 내가 이 사람들을 사랑했구나'를 알게 되죠. '사랑은 사진이다'란 정의도 괜찮은 것 같은데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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