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힘들고 고통스런 시간이었지만 산 정상에 발을 딛은 순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아요."
산행을 하기에 안성맞춤의 날씨인 10일 오전 9시. 대구 달성군 유가면 양리 비슬산 주차장에는 단풍만큼이나 화려한 차림새를 한 등산객들이 몰려들었다. 그 사이로 천주교 대구대교구 성요셉재활원(고령군 성산면) 중증장애인 36명도 주차장에 도착해 산행을 시작했다.
매년 가을마다 열리는 이들의 산행은 경일대 산악회(회장 최일화)가 마련했으며, 이날은 산악회 회원들은 물론 대구시산악연맹에 가입되어 있는 산악회원 130명이 장애인들과 함께 동행했다. 등산객들에 섞여 장애인들은 조금씩 있는 힘을 다해 산을 올랐으며 자원봉사자들은 장애인들을 돕는데 정성을 기울였다. 휠체어를 타고 산을 오르는 장애인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온몸은 땀에 흠뻑 젖었다.
주차장을 출발한 장애인들과 봉사자들은 비장애인 등산객들이 늦은 걸음으로 1시간30분이면 오를 수 있는 거리를 3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목표지점인 대견사지에 도착했다. 몸이 불편한 이들이 산에 오르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장애인마다 많게는 3, 4명의 자원봉사자가 곁을 지키며 산행을 도왔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2명의 봉사자가 앞에서 끌고 다른 2명이 뒤에서 밀며 힘겹게 등산을 해야 했다.
힘겹게 목표지점에 도착한 장애인들은 자신을 대견하게 여기며 숨을 크게 들이 마신 후 "야~호! 만세!"를 외쳤다. 해마다 빠짐없이 산행에 참여한 성요셉재활원 김모세 군은 "이 날이 아니면 산행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데 내년 산행이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차진철 경일대 산악회 등반대장은 "매번 행사 준비 때마다 봉사자 모집에 어려움이 많지만 경일대 산악회 OB회원분과 대학생들의 도움으로 기쁨이 넘치는 산행이 됐다"며 "특히 올해는 경일대에서 공부를 하는 중국 유학생들이 많이 참여해 더욱 뜻깊은 행사가 됐으며, 이 같은 행사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정창구기자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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