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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엉뚱한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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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버지의 꾸중이 싫다고 집에 불을 질러 일가족을 숨지게 한 중학생이 있었다. 불을 지른 뒤 CCTV에 찍히지 않으려 13층에서 걸어 내려오고, 휘발유 냄새가 나는 옷을 노숙인에게 벗어주기도 하는 등 14살답지 않은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이 '아이'는 기자들에게 '이름이나 사생활 등 개인 정보는 보도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왜 난데없이 개인 정보 얘기를 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아마 자신의 모든 것이 낱낱이 파헤쳐져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며 모든 이들의 입 담화에 오르는 것이 싫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50년 전에 나온 미국 소설가 존 치버의 단편 '엉뚱한 라디오'는 라디오를 인터넷으로 바꾼다면 그 내용은 아직도 유효하다. 남편이 구해온 중고 라디오가 엉망진창으로 혼선이 되면서 아파트 전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전하기 시작한다. 서로 싸우는 소리나,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은밀한 이야기도 마구 흘러나온다. 다른 이들의 사생활을 알게 된 아내는 혼란스러워하면서도 그 재미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다른 이들의 사생활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사생활도 어디선가 까발려지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 증세에 시달린다. 이 불안감은 행복하다고 생각한 자신들의 삶이 결국 다른 이들의 삶과 다를 바가 없음을 확인하면서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행으로 이어진다.

많은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다른 이들의 사생활 엿보기를 즐긴다. 물론, 그 뒤에는 이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열성적인, 혹은 악의적인 네티즌이 있다. 어디서 어떻게 알아냈는지 사건의 당사자는 물론, 주변인의 사생활까지 낱낱이 공개하고야 만다. 이들이 무엇 때문에 이런 짓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하이에나처럼 남의 불행을 찾아다니며 사생활을 공개하고, 이곳저곳으로 퍼 나르는 행위 뒤에는 분명히 이를 즐기는 사악함이 있다.

'엉뚱한 라디오'는 평범하고, 행복했던 가정이 어떻게 끝장이 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익명 뒤에 숨어 남의 사생활을 엿보기 시작할 때는 호기심과 재미가 가득했다. 하지만 그 라디오가 내 쪽으로 주파수를 맞추는 순간, 나의 삶은 여지없이 파괴된다. 한순간의 재미가 모든 이의 영혼을 갉아먹는 것이다. 이 불행이 언제든지 내게도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이 이를 막을 수 있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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