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더스'(EXODUS)는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특정 장소를 떠나는 상황을 말하는데, 구약성서에서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탈출한 내용의 '출애굽기'를 뜻하기도 한다.
5천 년 동안 조용한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가 1960년대 산업화와 더불어 농촌 사람들이 새로운 직장을 찾아 도시로 떠난 농촌 탈출이 '제1의 엑소더스'라고 할 수 있다. '농촌이 죽고서는 결코 산업화가 성공할 수 없다'는 조국 근대화 철학을 가졌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조'자립'협동'의 새마을운동을 전개하여 무너져가던 농촌과 농업을 살려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이룩하고, 선진국 진입을 꿈꾸고 있다. 그런데 나라 안에서는 '제2의 엑소더스'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제1의 엑소더스'가 농촌에서 도시로의 대탈출이었다면, '제2의 엑소더스'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의 대탈출이다.
지금의 우리 농촌은 노인들만의 동네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고, 일자리가 없는 지방 중소도시는 도시의 핵심기능인 교육'의료'문화가 쇠약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지방의 기둥 역할을 하는 부산'대구'광주의 젊은이들이 서울로 떠나가고 있고, 인근 중소도시의 사람들도 이제는 이들 지방 대도시보다는 서울을 더 자주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 지난 10년간 영'호남의 인구는 50만 명이 줄어든 반면, 수도권은 국내 총인구증가 180만 명과 영'호남 인구 50만 명을 합해 모두 230만 명이 늘어났다. 더구나 근년에는 희망의 땅으로 불리는 충청도로의 이주도 늘어나고 있다. 지금 추세대로 간다면 향후 20~30년 후에는 지방 중소도시의 몰락은 물론이고, 지방 대도시의 운명도 보장할 수가 없다.
우리 국토의 남쪽인 영'호남의 위기상황을 감지한 정부도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지난 참여정부는 세종시'혁신도시'전략산업을 해결책으로 내놓았지만, 세상만 시끄럽게 했을 뿐 지방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MB정부는 광역경제권 선도 산업'선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1천500만 명에 달하는 '지방보통시민'들의 고달픈 삶을 해결해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정부가 지방발전이란 명분으로 매년 지방에 수십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해왔건만, 왜 효과가 나지 않을까? 그것은 지방 실정을 잘 모르는 중앙정부 공무원들이 서울 사람처럼 살고 싶어하는 '지방특별시민'의 말만 듣고, 지방정책을 해왔기 때문이다. '지방보통시민'들은 '지방특별시민'들과는 달리, 지방이 서울처럼 되는 것을 원하지도 않고, 또 지방이 서울처럼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현명한 사람들이다.
지방보통시민들은 소박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출세를 하겠다거나, 부자가 되겠다는 욕심도 없다. 그들은 전문지식도 많지 않아서 첨단 지식산업에 종사할 수도 없다. 그저 매달 일정한 소득이 보장되는 직장에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고, 그들의 자녀들은 '나 같은' 고달픈 삶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웃들과 오순도순 살 수 있는 안전하고, 큰 불편이 없는 도시에 살고 싶을 따름이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지방정책은 다음의 3가지 원칙이 지켜지기를 바란다. 첫째, 수도권과 지방은 다른 곳이므로 수도권정책과 지방정책은 달라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중앙정부가 있는 수도권정책만 있을 뿐이지, 실질적인 지방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방은 안중에도 없는 부동산대책이 좋은 사례이다. 수도권 시민이나 지방특별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닌, 지방보통시민을 위한 지방정책이 하루 속히 만들어져야 한다. 둘째, 지방정책의 일관성이다. 5년마다 정권이 바뀌다 보니, 중앙의 정치인들은 인기위주로 지방을 보게 되고, 온탕'냉탕을 왔다 갔다 하는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방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여 투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셋째, 지자체의 정책 결정권자들은 서울과 수도권을 모방하려고만 하지 말고, 작더라도 지방의 특성을 살리는 정책들을 발굴해야 한다. 지방의 역량과 여건에 적합한 차별화된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한다.
'지방보통시민'을 위한 지방산업정책'지방교육정책'지방도시정책이 수립'집행될 때, 비로소 '지방보통시민들이 행복한 나라'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제2의 엑소더스'가 없는 나라, 선진대한민국의 꿈이 영글어 갈 것이다.
대구경북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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