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의 장소들/정수복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기억과 풍경의 도시 미학'이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15년 넘게 파리에서 살았던 사회학자가 파리의 16곳을 골라 글을 쓴 책이다.
프랑스라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에펠탑'. 파리의 상징이 된 에펠탑은 발자크의 소설 주인공처럼 야망을 불태우는 장소, 인간의 한계를 실험하는 위험한 공간, 끝없이 늘어나는 에펠탑 기념품 등 관심 분야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파리의 일본식 정원도 소개된다. 프랑스식 정원이 기하학적 대칭의 형태를 지닌 프랑스 정신의 표현이라면, 일본식 정원은 우주와 자연의 원리를 형상화한 공간이다. 질서가 있는 듯 하면서도 기대하지 않은 돌출이 일어나는 즐거움이 있다. 이렇듯 저자는 한 장소에 숨겨진 여러 겹의 의미를 들춰낸다.
장소에 관한 책이지만 필연적으로 그 장소와 얽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가을, 공원의 빵집에 들렀다가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 부부를 만나 근황을 묻기도 하고 서점에서 만난 한 프랑스 노인과의 대화를 옮기기도 한다.
사회학은 물론이고 문학, 예술, 철학, 역사학, 인류학, 지리학, 도시계획 등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폭넓은 교양 덕분에 그를 따라 파리를 거니는 것이 즐겁다. 416쪽, 1만4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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