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정태경은 유난히 드로잉을 좋아한다. 들판을 산책하다가, 또는 상념에 잠겼다가도 그리고 싶은 생각이 들면 바로 종이를 찾는다.
흰 종이 위에 오일스틱으로 그린 그의 드로잉은 투박하면서도 거친 느낌이 살아 있다. 오일스틱을 단숨에 내려 그어서 거칠지만 생생하다. 작가가 당시 느꼈던 감정은 그림 속에서 곧바로 관람객에게 전달된다. 그렇게 그려진 그림은 작가와도 닮아 있다.
"드로잉은 세련되지는 않지만 솔직하니까 좋아요. 떠오르는 생각을 드로잉 안에 붙잡아둘 수 있죠."
11월 7일까지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와 멀티아트홀에서 열리는 그의 초대전에는 경북 성주 작업실에서 볼 수 있는 주변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지런히 놓여 있는 호박, 담을 따라 핀 소박한 우리 꽃, 주변의 소소한 풍경과 사물 등은 그의 손끝을 따라 새롭게 화면 위에서 피어난다. 그는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고 제일 많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풍경"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풍경은 '정태경'만이 가지는 풍경이다. 서정적이고 시적인 은유와 대조가 풍경으로 드러낸다.
'나는 집으로 간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그가 찾아 가는 집은 서양화와 한국화의 경계 즈음에 위치한 자신의 그림에 대한 정체성이기도 하고, 그림으로 표현해야 할 우리의 정서이기도 하다.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묻고 있는 그는 여전히 길 위에 서 있다. 작가는 오일스틱으로 선을 그은 후 슬쩍슬쩍 손으로 문질러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설치 및 영상 작품도 선보인다. 관람객들은 영상으로 작가의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다. 드로잉 작품을 비롯한 회화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우리가 잊고 지내는 우리의 자연과 정서를 환기시켜준다. 053)668-1566.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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