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얼굴도 알리지 마세요. 학생들을 위해 작은 일을 한 것뿐이니까요."
울진군에서 태어나 어릴 때 일본으로 건너가 억척스럽게 돈을 모은 80대 할머니가 고향 후포고등학교에 8억원의 장학금을 전달해 훈훈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6일 울진군에 따르면 5일 후포고등학교에서 교직원, 학생, 학부모 등이 모인 가운데 손일순(88·일본 오사카 거주) 여사의 장학기금 기탁 및 장학금 전달식을 가졌다.
손 여사는 8억원의 장학금을 수표로 직접 기탁했고, 일차적으로 학생 10명에게 장학금 1천만원을 전달했다.
울진군 온정면이 고향인 손 여사는 5세 때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일찍 부모를 여의는 바람에 홀로 힘들게 살아왔다. 당시 남의 집살이부터 고물장사, 삯바느질, 채소장사 등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닥치는대로 뛰어들었다. 그 때문에 배움은 그에게 늘 가슴의 한으로 자리 잡았고, '가난 때문에 학교를 가지 못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는 것이 평생 바람이 됐다.
손 여사는 그 바람을 잊지 않고 평생 모은 재산 8억원을 고향땅에 내려놓으며 후학들에게 배움의 큰 뜻을 전했다.
손 여사는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가난해서 할 수 없었습니다. 돈 때문에 배움을 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평생의 땀을 고향땅에 내려놓습니다"고 장학금 기부 취지를 밝힌 뒤 "이 기부가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조용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후포고등학교 김창현 교감은 "장학금 기탁식에서 음료수 병마개도 모아 저축하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손 여사의 말씀에서 얼마나 열심히 절약하며 살아오신지를 알 수 있었다"며 "열심히 벌어 넉넉하게 나누는 손 여사님께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으로, 교사들은 진정성을 갖고 교단에 서는 모습으로 갚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손 여사는 후포에 인척이 있어 후포고등학교에 장학금을 기탁했으며, 일본에서 결혼했지만 혈육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내년 7월 16일 손 여사의 생일을 맞아 2차분 장학금 1천만원을 학생들에게 지급하고 나머지는 은행에 예치, 이자를 통해 매년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장학금은 기탁자의 뜻에 따라 신입생의 경우 성적우수자에게, 재학생은 가정형편은 어렵지만 모범적인 학생에게 전달된다.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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