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노인요양원 불…10명 사망 17명 부상

전기누전 추정 사망자 대부분 여성 중증환자

12일 오전 4시 24분께 불이 나 27명의 사상자를 낸 포항시 남구 인덕동 인덕노인요양센터 화재현장을 경찰과 소방관계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12일 오전 4시 24분께 불이 나 27명의 사상자를 낸 포항시 남구 인덕동 인덕노인요양센터 화재현장을 경찰과 소방관계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경북 포항의 한 사설 노인요양원에서 불이 나 입원한 노인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화재 원인이 누전으로 추정되는 불은 20분 만에 진화됐으나 사상자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한 중증의 노인 환자들인데다 불이 난 시간이 새벽이어서 잠을 자다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연기에 질식돼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불이 난 후 10여 분 만에 소방서에 화재신고가 접수되는 등 초동 대처도 미흡해 피해가 커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고 발생=12일 오전 4시 24분쯤 포항시 남구 인덕동 인덕노인요양센터에서 누전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 잠자고 있던 권봉순(95) 씨 등 여성 노인 10명이 연기에 질식돼 숨지고 전분순(95) 씨 등 17명이 부상해 포항세명기독병원과 포항성모병원 등 병원 4곳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하거나 부상한 노인은 모두 여성으로 확인됐다.

불은 전체 2층 건물 396㎡ 가운데 1층 사무실 16.5㎡를 태우고 20분 만에 진화됐으나 사상자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한 중증의 노인 환자들인데다 불이 난 시간이 새벽이어서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에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연기에 질식돼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이 나자 포항남부소방서와 인근 포스코소방대 등 소방차 30여 대와 300여 명의 인력이 출동, 진화에 나섰다. 불이 난 요양센터는 27명을 수용하고 있는 여성 전용의 2층 건물로 1층에는 사무실과 노인들이 머무르는 방이, 2층에는 방만 있는 구조이며 사망자들은 모두 1층 입원자들이었다.

화재 발생 당시 1층에는 11명, 2층에는 16명의 노인들이 각각 입원해 있었다.

불을 처음 발견한 요양보호사 C(63·여) 씨는 "새벽에 순찰을 돌고 난 뒤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빛이 번쩍거리면서 사무실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노인요양센터에 입원했다가 화상을 입은 배화연(79) 씨는 "잠결에 눈을 떠보니 주위에 연기가 자욱했고 사람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며 "계단에서 사람들이 엎어지고 넘어지고 비명을 지르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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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수습=사망자들이 안치된 포항세명기독병원 등에는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족들이 시신을 확인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숨진 김분란(84) 씨의 아들 이재우(63) 씨는 "일본에 출장을 가 1년 만에 어머니를 뵈러 돌아왔는데 아들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 당시 노인요양센터 근무자들과 부상한 노인들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는 한편 사상자들의 자세한 인적 사항을 확인 중이다. 불이 난 요양센터는 L(66·포항시 북구 용흥동) 씨가 지난 2007년 1월 옛 제철동사무소를 인수해 2008년 3월부터 운영해 온 사설요양원으로 현대해상화재보험에 가입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포항시는 본청 재난상황실에 사고대책본부를 설치했으며 박승호 포항시장을 사고대책본부장으로 해 유족들과 화재원인 파악과 피해 보상, 장례절차 등에 관해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요양원 사상자 명단

▶사망자(10명 모두 여자)

포항세명기독병원=김분란(84) 양정석(87) 장후불(73) 정귀덕(78)

포항의료원=김희순(71) 정매기(76) 권봉순(95)

포항S병원=김복선(83) 김송죽(90) 형순연(81)

▶부상자 명단(17명 모두 여자)

포항세명기독병원=하달화(94) 김남수(77) 김태문(84) 배화연(79) 김두남(77) 김순이(90) 조연화(75) 안덕순(86) 장신순(81)

포항성모병원=김위천(91) 연기순(91) 박귀란(75) 윤고비(92) 김송이(87) 전분순(95) 조진옥(70) 김순림(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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