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영진전문대학 캠퍼스.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중상을 입은 이민욱(18) 일병의 친구 7명이 하나 둘씩 몰려들었다. 친구들은 이 일병의 부상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경상공고에 다니는 3년 동안 이 일병과 줄곧 같은 반이었다는 이광빈(19) 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민욱이는 태권도를 엄청 잘했어요. 태권도 관장이 되고 싶다고 항상 말했거든요." 태권도 4단인 이 일병은 고등학교 시절 대구시 태권도시범단에 들 만큼 기량이 뛰어났다. 이 씨는 "그렇게 태권도를 좋아하던 녀석이 대퇴부에 부상을 입었다니 더 걱정이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4월 곧장 입대한 이 일병은 군생활이 힘들다고 불평을 하기는커녕 해병대가 됐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박대규(19) 씨는 "민욱이는 해병대에서 무적도(특공무술) 교관까지 지냈다. 가끔씩 전화 통화를 할 때도 군대가 싫다는 말 대신 '너도 빨리 군대에 오라'고 말하더라"며 늠름했던 친구를 떠올렸다.
이 일병이 해병대에 입대한 데는 가족들의 영향도 컸다. 할아버지와 큰아버지가 '귀신 잡는 해병대' 출신이기 때문. 당초 경상자에 이름이 올랐던 이 일병이 24일 오전 부상 상태가 심각해 중상자로 분류되자 이들의 가슴도 함께 내려앉았다.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이 일병의 부모와 여동생 지숙(15) 양은 현재 국군 수도병원에서 병상을 지키고 있다. 이 일병의 아버지 이용우(45) 씨는 "이날 오전 수술을 끝낸 민욱이는 의식을 되찾아 대화도 나누고 있다. 그래도 의료진은 2주 정도 경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신재선(19) 씨는 올해 2월 고등학교 졸업식날 함께 찍은 사진을 지갑에서 꺼냈다. "민욱이는 강하니까 빨리 일어날 거예요. 다음번에 휴가 나오면 수고했다고 꼭 어깨를 두드려 줄 겁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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