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北이 거액 대가 요구, 작년 남북정상회담 불발" 확인

폭로 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 美 외교전문 공개

정부가 지난해 가을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접촉했지만 불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가디언 등 언론을 통해 공개한 미국 정부의 외교 전문에는 우리 정부가 지난해 가을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과 접촉했지만 북한이 거액의 대가를 요구해 불발된 것으로 돼 있다. 남북 정상회담 추진은 그동안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어 이번 문건 공개가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문에는 지난 2월 3일 김성환 당시 외교안보수석이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나눈 대화 내용이 요약돼 있다. 김 수석은 전시작전통제권 연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커트 캠벨 차관보를 만난 자리에서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북한과 접촉했으나 북한이 상당한 수준의 경제적 지원을 요청했고, 이러한 전제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밝힌 것으로 적혀 있다. 또 "남북 정상회담을 돈을 주고 사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청와대의 입장도 김 수석이 언급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와 함께 한국과 미국 당국자들이 북한 붕괴에 대비해 통일 한국에 관한 전망을 협의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 한국 정부가 중국에 '상업적 유인책'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주한 미국대사의 언급도 소개됐다. 아울러 미국 정부가 북한 미사일 부품의 이란 행을 저지해 줄 것을 중국 정부에 요청했던 일과 자국 외교관들에게 반기문 사무총장 등 유엔 최고위 당국자들의 개인적 사항 등에 대해 파악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번에 위키리크스가 발표한 전문은 주한 미국 대사관이 기밀문서로 분류해 지난 3년 동안 미 국무부에 보고한 내용으로,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270개 해외 공관과 주고받은 외교 전문 25만여 건을 담고 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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